북한이 24일 남측에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에 대한 사실상의 취소 통보를 한 직후 한 정부 당국자는 북측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이날 “정부는 이번 일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공업 원자재나 쌀, 비료 등 북측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물품을 놓고 북측을 압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북측과 합의한 40억 원의 철도 관련 자재 지원 문제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시험운행 무산은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몽골에서 밝힌 ‘조건 없는 대북 물질적 제도적 지원’ 의사를 정책으로 옮기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대북 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의 집행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얻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측 군부는 이번 시험운행을 무산시킨 이유로 내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앞으로도 계속 제기할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시험운행 무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말 방북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김 전 대통령과 정부가 기대했던 열차 방북을 무산시킴으로써 김 전 대통령 방북의 의미도 퇴색시켰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은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29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인 김 전 대통령 방북을 위한 2차 남북 실무접촉에서 열차 방북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6월 방북 시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함께 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방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 진행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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