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 의장은 전남 여수 지원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민주개혁세력의 위기감이 커질 것”이라며 “민주당과는 당 대 당 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 고 전 총리에게는 선거 이후 다시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전남 광양 유세에서는 “내년도에 정권을 빼앗기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에 놓여 있다”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을 민주대연합 세력을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의장의 발언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 전 총리의 3자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으로, 우선은 지방선거에서 지지층 재결집을 노린 막판 승부수로 보이지만 선거 이후 여권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 안팎에선 정 의장이 사실상 선거 패배를 전제로 정계 개편을 언급한 배경에 대한 의문과 함께 선거 후 정계 개편의 방향과 형식 등을 놓고 즉각적인 논란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 의장은 “인위적인 방식으로 정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열린우리당이 단단한 중심이 돼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해 선거 패배 여부와 관계없이 주도적으로 정계 개편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한명숙 국무총리는 23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 후 개헌 논의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해 여권이 선거 이후 정계 개편과 개헌 논의,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를 매개로 정국 전환 시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불렀다. 정 의장의 정계 개편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선거 참패를 모면하기 위한 술수”라고 비판했고 고 전 총리 측도 “연대 방안에 대해 제안 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여수=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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