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3일 전북 지역 유세에서 “열린우리당의 완패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완승도 아닌 상황이 되면 민주평화세력과의 통합과 연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패가 아닌 상황의 기준’에 대해 “2+α”라고 말했다.
정 의장이 말한 ‘2’는 현재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대전과 전북을 지칭한 것. 여기에 한 곳에서라도 더 이긴다면 완패는 면하는 셈이라는 얘기다.
정 의장의 발언은 지방선거의 목표치를 당초보다 크게 하향조정한 것이다.
지방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3월 16일 한국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정 의장은 “집권여당의 체면을 생각하면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반반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는 “50% 이상을 당선시키지 못하면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4월 2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딱히 몇 명이라고 목표치를 말할 수 없어 안타깝다. 적어도 90%를 한 정당이 독점하는 구조는 깰 수 있다고 본다. 될 수 있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후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내에서는 대전, 전북에다 서울 경기 중 1곳, 광주, 충남까지 5개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당 안팎에서는 정 의장이 이처럼 목표치를 크게 낮춘 것을 두고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긴 하지만, 당의 최고지도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정 의장의 발언이 지방선거 이후 불거질 수밖에 없는 지도부 책임론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랐다.
어쨌든 정 의장이 제시한 ‘2+α’ 목표치는 집권여당이 완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역대 선거에서의 성적표와 비교할 때에도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의 처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1980년대 이후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최대의 패배를 기록한 것은 2002년 6·13지방선거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수도권에서 전패했고 광주, 전남, 전북, 제주 4곳에서만 승리해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25일 모든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참패 위기에 빠진 선거 상황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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