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 단장 명의로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25일 진행하기로 했던 열차 시험운행에 대해 군사보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남측의 친미 극우보수 세력이 불안정한 사태를 조성하고 있어 시험운행은 예정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월 말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 계획도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남측은 북한의 합의 파기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대북(對北) 경공업 원자재 제공 및 쌀, 비료 등의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남측은 23일 오전 북한의 군사보장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열차에 탑승할 남측 인사 명단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했으나 북한은 이날 오후 군사 실무회담 단장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서해상 충돌 방지와 같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며 남측 제안을 거부했다.
북한 군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이 실현되지 않으면 열차 시험운행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전했음에도 정부는 24일 북측의 열차 시험운행 취소 통보를 받기 전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아 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험운행 성사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중대한 전략적 정책적 판단을 잘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군부의 속내를 냉철히 파악하지 못한 채 낙관론으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이날 “북측이 열차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남측 정세를 터무니없이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내용의 통일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 장관급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 예정된 일정은 그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