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를 6일 남겨놓은 25일 국회의원과 주요 당직자 비상 총회를 갖고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 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채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선거 중반 판세가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세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선거운동을 일시 중단하면서까지 비상 총회를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함에 따라 향후 선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을 끈다.
이날 회의에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상임고문단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당직자들은 회의실 입구에서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내용의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
정동영 의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얼굴이 모두 까맣게 타신 거 같다. 선거도 어렵지만 속도 많이 탔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하고 "오죽 급했으면 선거 며칠 앞둔 이 시간에 일시 선거운동 중단하고 소속 의원들이 한 자리에 비상총회를 열게 됐겠냐"고 반문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 의장은 "이대로 가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 할 전망이다. 거대 야당이 전국을 장악하는 국면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단지 민주 평화 세력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심대한 위기다"며 "지방자치 11년의 역사가 후퇴하는 국면이 온다. 이건 민주주의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 의장은 "이번 5·31선거에서 평화 민주 개혁 세력이 와해되지 않도록 또 지방자치제도가 후퇴하지 않도록 국민들이 싹쓸이를 막아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6명 광역단체장 후보 인물들이 아깝다. 강금실 진대제 이름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아깝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옷이 마음에 안 든다는 국민들의 미움이 겹쳐서 이 아까운 인물들이, 국가적 자산이 이대로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안타까운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과 당직자 일동의 호소문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246개 광역 및 기초단체장 자리 가운데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20여곳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2300만의 수도권 단체장 70명 가운데 한나라당이 67,68석을 싹쓸이하고 열린우리당은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고 나머지 지역도 사실상 한나라당이 싹쓸이 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호소문은 이어 "일찍이 평화 민주 세력에 대한 국민여론이 이처럼 차가운 적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국민 여러분이 주시는 어떠한 매도 달게 받을 것이며 지금 이 순간부터 백지 상태에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호소문은 "며칠만이라도 매를 거둬 달라"며 "열린우리당이 모자란다고 검증된 일꾼들을 외면하지는 말아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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