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 효율 못 올리면서 덩치만 키우는 정부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이 정부의 몸집 키우기가 끝이 없다. 행정자치부는 내달 지방 균형화 업무를 총괄할 ‘균형발전본부’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건설교통부는 각 부처와 공기업의 주택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주택청을 신설하거나 주거복지혁신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위원회 공화국’으로도 모자라 이제 ‘본부 공화국’을 만들 작정인가.

나날이 다원화(多元化)하고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정부도 조직을 좀 더 유연하게 바꿔 운영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없어도 되는 조직을 만들어 혈세를 쏟아 붓는 일은 국민 부담만 키운다. 균형발전본부만 해도 그렇다. 이미 대통령직속 기구로 국가균형발전위가 있고, 산업자원부 안에 지역산업발전기획단이 있는데도 복제품 같은 조직을 또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 안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만 370여 개에 이른다. 기획단, 추진단도 50여 개나 된다. 이 중 상당수가 이 정부 들어 생긴 것들이다. 장차관급 자리도 27개, 공무원도 2만6000명이 늘었다. 조직과 인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행정서비스가 좋아져야 할 텐데도 그렇게 체감하는 국민이 있을까. 오히려 “규제만 늘었다”는 원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선임연구원은 22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포럼에서 정부 조직이 커지면서 1999년 7124건이던 규제가 2월 말 현재 8053건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도 3월 정부 부처 간, 또는 국기기관과 자치단체 간 업무 중복 및 갈등이 도를 넘어섰다며 특별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최근 발표한 2006년 세계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38위로 지난해보다 8계단이나 추락했다. 정부 효율성 부분이 31위에서 47위로 떨어지면서 종합점수를 깎아 먹었다. 그런데도 “작은 정부보다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다”는 기만적 논리로 덩치 키울 궁리만 하고 있다. 정부의 효율을 높이려면 비용을 줄여 혈세부터 아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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