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5]경북지사 후보 공약 FINE지표 심층분석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경북도지사 선거에선 한나라당 김관용 후보가 중앙 공무원 출신의 열린우리당 박명재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경북이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데다 김 후보의 경우 민선 구미시장을 3번 지내는 등 주로 이 지역에서 공직생활을 해 온 ‘지역 밀착형’ 인물이어서 더욱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24일 이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5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박 후보는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다.

유일하게 포항에서 다소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포항이 박 후보의 연고지인 데다 한나라당은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데 따른 후유증이 있기 때문이다.

본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오연천·서울대 교수)는 25일 두 후보의 3대 공약을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FINE 지표에 근거해 평가했다.》

■ 박명재 후보 “7번 국도 2008년까지 완공”

중앙정부에 건의 말곤 뾰족한 대책 없어

‘시인과 공무원.’ 박명재 후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런 코너가 눈길을 끈다.

실제 그는 1990년 고시동지회보에 같은 제목으로 “옛날에 옛날에 시는 공무원의 일상이었다. 문서도 고시도 운율이 넘쳐나는 시편이었다. 부럽고 기이한 이 ‘플라톤의 이상공화국’에 이웃나라 이백(李白) 두보(杜甫) 굴원(屈原)도, 먼 나라 밀턴 괴테도, 우리의 고운(孤雲·최치원) 지상(知常·정지상) 포은(圃隱·정몽주) 송강(松江·정철)도 모두 공무원으로 살았다”는 내용의 시를 싣기도 했다.

그는 포항 장기중을 수석 졸업했지만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으로 고등학교에 제때 진학하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교장이 서울에 사는 며느리의 약국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학업을 계속하도록 주선해 줬다. 이때 잠시 서울의 한 야간고를 다녔는데, 여기서 소설가 이문열 씨와 인연을 맺어 40년 친구로 지내고 있다.

연세대 정법대 학생회장으로 유신반대 시위를 벌이다 강제 징집돼 군 복무를 마친 뒤 고시 준비에 매진해 16회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공공근로 인건비를 받게 해 달라며 도지사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며 “그때부터 도지사에 대한 꿈이 싹을 틔우고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박 후보는 중앙 부처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1999년부터 2년간 경북 행정부지사로 일한 경험도 있지만 낮은 정당 지지율 탓에 고전하고 있다. 박 후보 측도 “8 대 2의 싸움”이라며 열세를 인정한다. 고향인 포항 쪽의 분위기가 그나마 조금 낫다고 한다.

박 후보는 최근 대구와 경북이 분리돼 있어 양쪽이 다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을 새로운 공약으로 내놓았다. 또 김관용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 문제를 이슈화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가 제시한 공약 중 동해중부선, 7번 국도 조기 완공은 도민의 숙원 사업이어서인지 반응성은 좋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중앙 부처에 강력하게 건의하겠다는 것 말고는 다른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청 이전 공약은 실현성 반응성에서 비교적 무난한 평가를 받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가 적절한지 등을 따지는 효율성 점수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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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관용 후보 “100人 특별위 구성 도청 이전 추진”

막대한 비용 들일 시급한 사안인지 의문

김관용 후보는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북 구미시 선산읍의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대구에서 고학으로 대구사범학교(현 대구교대)를 졸업했다.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영남대 대학생으로 주경야독을 한 끝에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나 공직 생활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주로 병무청, 세무서 등 비핵심 부서에서 근무했다. 그는 “처가 쪽이 야당 생활을 했었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고 학연과 지연이 우선하는 시류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한직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박 전 대통령이 졸업한 구미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중 5·16군사쿠데타가 났다. 몰려든 기자들에게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의 초등학교 성적표를 보여 줬다가 경위서를 쓴 경험도 있다.

구미시장을 세 번 지내는 동안 “구미는 5000년 가난의 한을 끊은 지도자인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강조하며 박정희체육관 건립, 정수미술대전 등의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제2의 새마을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김 후보의 슬로건은 ‘지발(제발) 좀 묵고(먹고) 살자’다.

이 지역에서 ‘본선’보다 어렵다는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선 치열한 접전 끝에 3선의 김광원 의원과 재선의 정장식 전 포항시장 등 쟁쟁한 후보를 제쳐 주변을 놀라게 했다.

8푼 능선을 넘었다지만 최근에는 아들 병역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후보의 부인이 1997년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구미의 한 병원 관계자들에게 25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2001년 병역비리 수사 대상자들의 판결문에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 김 후보 측은 “돈을 건넨 사실이 없고 그런 판결문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일축했다.

그의 정책 중 ‘100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도청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도청 이전이 시군 균형발전 등을 고려할 때 과연 시급한 사안이냐 하는 의문이 제기돼 효율성 평가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농민사관학교와 영어마을 설립 공약은 실현성 반응성 효율성 면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후보 약력

박명재(열린우리당)

▽출생지(나이)=경북 포항(59) ▽학력=연세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경력=경북 행정부지사,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재산=5억3770만 원 ▽병역=육군 병장

김관용(한나라당)

▽출생지(나이)=경북 구미(64) ▽학력=영남대 경제학과, 영남대 행정대학원 석사 ▽경력=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구미시장(3선) ▽재산=2억929만 원 ▽병역=육군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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