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변수나 반전은 없었다. 선거가 이렇게 재미없을 수가 있나?”
경기지역 지방일간지 기자들이 경기도지사 선거를 지켜본 뒤 내놓은 공통된 관전평이다. 기자들은 “경기도지사 선거는 시종일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강세 속에 열리우리당 진대제 후보가 맥을 못췄다”며 “열린우리당이 전략공천을 하며 맞불을 놓으려 했지만, 불길은 막판까지 이렇다 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꺼져갔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지사, 처음부터 한나라 압승 분위기…맥 빠진 선거전△
경기도지사 선거는 처음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가 진대제 후보를 20%포인트 내외로 앞섰고, 막판까지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으로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 사건이라면 사건.
경인일보 김학석 정치부 차장과 경기일보 김동식 기자는 “선거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재미없는 선거는 처음이다”며 “신문의 정치면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진 후보 캠프는 한 때 본격전이 선거전이 시작되면 지지율 격차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역전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도 눈에 띄는 추격전은 없었다는 것이 기자들의 의견.
김 차장은 “진 후보는 자수성가한 대기업 CEO출신이라는 점과 탁월한 경영마인드 등 장점들이 많았지만 맥없이 무너졌다”며 “추격전이라도 벌어졌다면 재미있었을 것인데,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 이후에는 판세가 완전히 굳어졌다”고 말했다.
김 기자 역시 “지지율 격차가 너무 심해서 그런지, 후보자 캠프가 활기를 잃었다. 너무 조용해 선거 캠프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라고 말했다.
△“선거는 이미 끝났다”…양측 후보 캠프 모두 썰렁△
후보자간 지지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선거 막판에는 양 후보의 캠프 모두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기자들은 진 후보 캠프는 당 지원 인력이 일찌감치 짐을 쌌고, 김 후보 진영도 이미 승리한 선거라는 분위기에 속에 선거 인력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김 차장은 “후보들이 겉으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선거가 끝났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진 후보 캠프는 이미 손을 놨고, 김 후보는 당선이 확정적이라는 예상 속에 무척 고무된 상황”이라고 했다.
김 기자는 “김 후보 측에서는 이미 경기도지사 인수위 조직을 꾸리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사라진 정책대결, “제대로 된 공약집 한권 없어”△
전국적으로 참공약 선택하기(매니페스토)운동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이곳 기자들은 “제대로 된 공약집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권자들은 공약보다는 정당대결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매니페스토 운동은 신문의 지면 때우기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며 “정책이나 공약이 신선하지 못했던 점도 있지만, 선거가 너무 일찍 정당 대결구도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새로운 것이 없었다. 진 후보가 100만명 일자리 창출을 발표하면 김 후보는 ‘그럼 우리는 120만명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약을 발표하는 식”이라며 “두 후보 모두 별다른 내용은 없는 공약들을 마치 뭔가 될 것 같이 발표해 유권자를 현혹했다”고 지적했다.
△기초단체장, 한나라 싹쓸이 될 듯△
각 정당의 최근 판세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상당수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노당은 한나라당의 ‘싹슬이’를 막아달라며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 차장은 “한나라당이 내세운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박 대표 피습 사건은 이런 분위기를 고착화 시켰다”며 “이변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김 기자 역시 “한 두 곳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이 유력시 된다”고 덧붙였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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