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통합이냐 분열이냐=열린우리당은 급속하게 정계 개편의 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31일 개표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침통한 표정이 돼 자리를 뜨면서 1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사퇴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게 당의 분위기다. 이 상태로는 내년 대선을 치르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어떻게든 정국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수도권과 호남 출신 의원들은 물론 일부 친노(親盧) 인사, 386 운동권 출신들에 이르기까지 상당수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게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연대다.
차기 대권 후보를 놓고도 고 전 총리를 옹립하자는 사람들이 조금씩 세를 형성하고 있는가 하면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제3의 대안을 모색하는 측도 있다. 한마디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형국이다.
창당(2003년 11월)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당의 간판을 내리거나 분당(分黨)에 이르는 등 극단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미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시장 전남지사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앞으로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서서 여권 일부를 개별 흡수하고 고 전 총리를 아우르겠다는 게 민주당의 복안이다.
고 전 총리는 당분간 어느 쪽과도 손을 잡지 않고 ‘나 홀로’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각계의 핵심 지지 인사를 중심으로 느슨한 형태의 정치 조직을 띄운 뒤 언제라도 신당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여전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1, 2위를 다투고 있는 고 전 총리의 행보는 확실한 인기 주자가 없는 열린우리당에 직간접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부 의원이 당을 나와 고 전 총리 쪽으로 달려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노 대통령, 어떤 길 택할까=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여당 참패에 대해 침묵했다. 1일 발표하기로 한 공식 입장은 노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 당파를 떠나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정과제에 전념하겠다는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파를 초월해 양극화 해소 등의 국정과제에 전념하면서 야당과의 대화정치를 다시 복원하겠다는 생각이다. 정치권 논의에 섣불리 끼어들 경우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분리’는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당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은 40%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억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내분이 격화할 경우 노 대통령이 방관만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 대통령이 이미 ‘열린우리당의 창당 초심’을 강조하며 민주당과의 통합 반대를 공언했다는 점에서 당내에서 통합론이 본격화할 경우 탈당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한편으로 지난해 한나라당을 향해 꺼낸 대연정 제안에서 보듯 노 대통령이 먼저 나서 정치 지형의 재편을 위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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