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지만 일부 후보는 내심 불안하다.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돼 검찰과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있어서다.
▽잇따른 수사 의뢰=이완구 충남지사 당선자의 경우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4건의 고소가 대전지검에 접수돼 있다. 이 중 일부는 선관위가 수사를 의뢰했다.
이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선거구를 돌며 주민과 식사를 한 뒤 측근이 계산하게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후보는 “선거전에서는 음해가 난무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안상수(60) 인천시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외자 유치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 홍보가 문제가 됐다. 선관위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고발했다.
인천시 선관위는 “3개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한 경제자유구역 홍보 광고가 안 당선자의 공약과 관련이 있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천에서는 10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3곳의 당선자가 허위 학력 기재와 금품 살포, 유령 당원 모집 혐의로 검찰이나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열린우리당 한용택 충북 옥천군수 당선자의 측근이 지난해 12월 중순경 영동군 용산면의 식당에서 주민 30여 명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11만 원짜리 한과세트 1개씩을 선물한 혐의와 관련해 다음 주 중 한 당선자를 소환하기로 했다.
부산시 선관위는 열린우리당 당적 논란이 일고 있는 무소속 이인준 부산 중구청장 당선자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당선 무효 잇따를 듯=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이귀남)는 5·31지방선거 당선자(3867명)의 약 5.8%인 225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광역단체장은 11명, 기초단체장은 42명, 광역의원은 40명, 기초의원은 132명 등이다.
검찰은 투표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선거법 위반 사범 3130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215명을 구속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에 비해 입건자 수는 50.6%, 구속자 수는 8.6% 늘었다.
유형별로는 금품 수수가 1230명(39.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흑색선전(362명·11.6%)과 불법 유인물을 배포하는 불법선전(313명·10%).
선거법 위반사범이 크게 늘어 당선무효 처리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선거법상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이 취소된다.
1995년 1회 지방선거에는 기초단체장 2명을 포함해 68명, 1998년 2회 때는 기초단체장 7명 등 107명이 당선무효 처리됐다.
2002년 3회 지방선거 당선자 중에서는 올해 3월 말 현재 111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사범 재판을 6개월 이내에 끝낼 방침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한 처리와 엄단을 강조해 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인사 태풍 몰려온다” 지자체 술렁
5·31지방선거로 ‘새 수장’을 맞게 된 지방자치단체가 술렁이고 있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9곳과 230개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이 바뀌어 인사 태풍이 예상된다. 특정 후보에게 줄서기를 했던 공무원들은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마찰도 나타날 전망이다.
▽업무 인수인계 준비 분주=새 단체장의 임기는 7월 1일 시작한다. 지자체는 지금부터 업무보고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충북도 공무원들은 정우택 당선자가 1일 “원활한 업무 인수인계와 공약 정책화를 위해 지사직무인수위원회를 구성하겠다. 산하 공기업이 제대로 운영됐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히자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광역자치단체장 인수위는 서울시가 두 차례 운영한 바 있으나 지방에서는 처음.
한 공무원은 “인수 과정에서 실국의 도정 추진 내용에 대한 평가분석이 예상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이완구 당선자가 인수위 파견을 요청할 경우에 대비해 서울시 등의 사례 연구에 나섰다.
1998년과 2002년 선거 때 단체장이 바뀌지 않은 경북도와 강원도도 마찬가지.
▽인사 태풍 예고=대전시의 경우 51세인 박성효 당선자가 ‘색깔 인사’를 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현 염홍철 시장의 측근을 비롯해 시장이 임명권을 가진 산하 공기업 간부들은 좌불안석.
울산시도 재선에 성공한 한나라당 박맹우 시장이 대폭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한 간부는 “벌써부터 전임 시장 또는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으로 임명된 산하 공기업과 연구원장 등 4, 5개 자리가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줄 선 공무원의 희비 교차=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공무원의 줄서기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낙선자에게 노골적으로 줄을 댔던 공무원들은 불안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남지역의 한 군청 공무원은 “공무원 출신인 당선자가 조직 내부를 속속들이 알기 때문에 상대방 후보를 도왔던 직원들이 한직으로 전보되고 당선자를 도운 지원들이 특정 보직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선거법 때문에 후보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교묘하게 당선자에게 줄을 댄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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