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의 여당 참패엔 현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반영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언급에는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정책 기조를 계속 밀고 가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여기엔 ‘지방선거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와 다르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는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인 만큼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2월 2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임기 2년을 갖고 중간평가를 한다고 하면 결국 이미지 평가일 수밖에 없다”며 야당의 ‘지방선거=중간평가’ 주장에 반대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번 선거에선 특정 정책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 결과 때문에 특정 정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민심의 흐름’이란 표현을 썼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맥상 의미에 비춰볼 때 이번 선거 결과에 반영된 민심을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개의치 않고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그동안의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향해 “멀리 보고 준비하며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언급한 것은 ‘창당 초심’의 원칙론과 맥이 닿아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론 등에 대한 우회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뒤 제기된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열린우리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유불리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선과 정책에 충실하면서 멀리 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양극화 해소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여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만이 당을 살리고 대선을 준비하는 길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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