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이반 일시적 현상’ 정권 심판론 거부인듯

  • 입력 2006년 6월 2일 03시 03분


열린우리당의 5·31지방선거 참패 다음 날인 1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권오규 신임 대통령정책실장과 윤대희 경제정책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눈을 감은 채 상념에 잠겨 있다. 석동률 기자
열린우리당의 5·31지방선거 참패 다음 날인 1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권오규 신임 대통령정책실장과 윤대희 경제정책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눈을 감은 채 상념에 잠겨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1일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끝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되 그동안의 정책은 계속한다”는 입장을 내놓자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선거의 여당 참패엔 현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반영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언급에는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정책 기조를 계속 밀고 가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여기엔 ‘지방선거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와 다르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는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인 만큼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2월 2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임기 2년을 갖고 중간평가를 한다고 하면 결국 이미지 평가일 수밖에 없다”며 야당의 ‘지방선거=중간평가’ 주장에 반대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번 선거에선 특정 정책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 결과 때문에 특정 정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민심의 흐름’이란 표현을 썼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맥상 의미에 비춰볼 때 이번 선거 결과에 반영된 민심을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개의치 않고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그동안의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향해 “멀리 보고 준비하며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언급한 것은 ‘창당 초심’의 원칙론과 맥이 닿아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론 등에 대한 우회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뒤 제기된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열린우리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유불리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선과 정책에 충실하면서 멀리 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양극화 해소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여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만이 당을 살리고 대선을 준비하는 길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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