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당내의 관심은 7월 전당대회에서 가시화될 당권 구도와 이후의 대권 주자 선정 방식 및 시기로 급격히 옮겨 가고 있다.
▽경선 승복은 상식=이 시장은 인터뷰에서 “국민의 열망은 정권 교체다”, “박 대표와는 선의의 틀 안에서 경쟁하는 관계다”, “둘로 쪼개지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강한 어조로 ‘단합’을 강조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대선 후보 경쟁 구도가 박 대표 쪽으로 기울면 이 시장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이 시장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 시장은 인터뷰에서 1995년 정원식 전 국무총리와의 민주자유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를 회고하며 “당시 부정 사실을 발견했지만 당을 살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문제를 삼지 않았고, 당을 뛰쳐나가지도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표도 그동안 경선 승복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건 상식이다”라고 말해 왔다.
이 시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누가 산토끼(대선 승리)를 잡을 수 있느냐는 점에서 이 시장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고 했으나 친박(親朴) 측의 한 의원은 “이 시장이 평소 대권 의지를 강하게 내보인 것에 비춰 보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권 구도 오리무중=한나라당의 또 다른 관심사는 차기 당권을 누가 잡느냐는 것이다. 16일경 사퇴하는 박 대표 후임을 비롯해 5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가 7월 11일경 열릴 예정이나 아직 경쟁 구도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당권 도전 의사가 확실하다. 이 원내대표는 평소 이 시장과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본인은 ‘엄정 중립’을 강조하고 있으며 박 대표에게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희태 부의장도 출마 준비를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맹형규 전 의원도 거론되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박 대표도 특정인을 밀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이 때문에 박 대표와 이 시장이 당권 경쟁에 개입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강재섭 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소장파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를 보여 줘야 한다며 당권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선출 시기 바꾸자”=한편 이 시장은 2일 당 대선 후보를 대선일 6개월 전에 선출하도록 규정한 당헌 당규에 대해 “(후보 선출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당내의 유력 대권 주자가 대선 후보 선출 시기와 관련해 당헌 당규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다른 당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를 확정할 경우 전략 노출 및 인물 검증 시 공격당할 가능성 등으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뒤늦게 급부상하면서 이미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한 문제 제기다.
이 시장은 이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당직자가 새로 선출되면 후보 의견과 국민 의견, 당내 의견 등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의원은 대선일 1년 6개월 전부터는 대선 주자가 당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한 규정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월 전당대회를 늦추더라도 당헌 당규를 바꿔 대선 주자들도 전당대회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당 밖의 인사’ 영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는 당내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만든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깨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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