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고비마다 민심과 엇나가”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3분


열린우리당 중진의원 20여 명은 5일 밤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김근태 최고위원의 비상대책위원장 추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임채정 이용희 김한길 강봉균 김덕규 배기선 의원.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 중진의원 20여 명은 5일 밤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김근태 최고위원의 비상대책위원장 추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임채정 이용희 김한길 강봉균 김덕규 배기선 의원.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이 4, 5일 이틀간 연 ‘정책개선 워크숍’에서는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지적과 비난도 있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성토도 많았다.

워크숍은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자리.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단과 정책조정위원장단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 의원들은 “과연 정책만 잘못된 것이냐”고 자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노 대통령의 독선적 정치 스타일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는 것.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워크숍에 참석한 의원 중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치 않다’는 발언에서 보듯 노 대통령이 고비마다 국민의 정서와 엇나가는 발언을 한 것이 누적돼 당 지지율 하락을 불렀다”, “대통령이 민심과 함께하지 않는데 당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함부로 발언했던 게 지방선거 패인 중 하나다” 등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선병렬 의원은 “자아비판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의원들이 정말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할 능력과 열정이 있었는지, 메이저 신문들을 핑계 삼아 의원들 자신이 진짜 여론에 귀를 닫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지낸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 관해 의원들은 “세금이 실제로 많이 올랐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데 ‘서민은 별로 부담이 안 된다’고 하면 귀담아들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현 세제정책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점검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세제정책에서 예외 규정을 둔다는 것 자체가 ‘큰 틀의 변화’로 인식될 수 있지만 강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체적인 부동산 대책 근간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동산 대책 기조의 유지’를 외치는 청와대와 ‘더 철저하게 규제해야지 완화는 안 된다’는 당내 일부 급진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각차 때문에 현 부동산 정책의 수정 가능성은 단언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워크숍에서는 노 대통령의 원칙 없는 대북(對北) 발언이 중도성향 지지자들의 불신을 샀다는 지적도 나왔다. 1조 원에 이르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합법적인 지원을 하면 되는데 느닷없이 북한에 대해 “가능한 많이 주려 한다”는 취지로 말해 ‘퍼주기’라는 반발을 샀다는 것.

다만 한미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당과 정부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강 정책위의장은 “한미 FTA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이 퍼지지 않도록 당이 나서 잘 짚어주자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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