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000만 달러에 假예약한 南北 열차 시험운행

  • 입력 2006년 6월 7일 03시 00분


남북은 어제 끝난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2차 회의에서 남의 경공업 원자재와 북의 지하자원을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남측은 8월부터 8000만 달러어치의 옷 신발 비누의 원자재를 북에 제공하고, 북측은 광물이나 지하자원 개발권 등으로 이를 상환하기로 한 것이다. 남북 경협이 서로 부족한 것을 주고받는 유무상통(有無相通) 방식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몇 가지 점은 분명히 해 둬야 한다.

첫째,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 정부는 “시험운행이 꼭 이뤄지도록 원자재 제공과 ‘연계’했다”고 강조했지만 시험운행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상징적 효과는 있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징성이 지나치게 부각됨으로써 현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가 은폐되거나 북측의 무리한 지원 요구가 가려질 수도 있다. 이미 시험운행이라는 한 차례의 이벤트를 위해 8000만 달러를 주기로 한 셈인데 또 뭘 얼마나 더 줘야 하는가.

둘째, 합의서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 양측의 이행 기구가 지정되면 더 논의하겠지만 시차(時差) 문제와 비용 부담은 처음부터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당장 원자재를 제공하지만 북이 약속한 지하자원 개발에는 몇 달,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후속 협상에선 구체적인 시한을 못 박아야 한다.

지하자원 개발은 땅만 판다고 되는 게 아니다. 도로도 내야 하고 전력, 항만 등 기간시설도 갖춰야 한다. 엄청난 이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할 것인가. 남북이 ‘공동 투자’ 한다지만 북한은 과거에도 합영법에 따라 일본의 총련계 기업들과 50 대 50으로 개발사업을 하기로 해 놓고선 결국 자신들이 부담할 비용까지 총련계 기업에 떠넘긴 전례가 많다.

남북 경협이 성공하려면 경협 자체로서의 타당성과 적실성(適實性)을 가져야 한다. 임기 중에 남북 철도 개통이라는 업적이라도 하나 남기려는 남측의 정치적 욕심과 어떻게든 이를 이용하려는 북의 속셈이 ‘경협’으로 포장돼선 곤란하다. 국민도 속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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