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 5명 임명제청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지난해 말 공직자 재산 등록 때 총재산이 1억3800여만 원(현 기준시가 4억4900여만 원)으로 사법부 전체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한 ‘청빈 법관’.

서울 송파구의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가 거의 유일한 재산이다. 1993년식 프린스 승용차를 타고 다녔지만 빚이 3000만 원 있었다. 김 원장은 당시 “가족이 살 집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후배 법관이나 법원 직원의 경조사를 챙길 때는 ‘지나치게 통이 큰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판결에 대해 후배 판사와 생각이 다를 때 주심 판사보다 더 자세한 자료를 준비하고 연구해 의견을 제시할 만큼 업무에 철저하다.

민사법 분야에서 법원 내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 분야에서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법관들이 실무지침서로 활용하는 ‘주석 민사소송법’을 공동 집필했다.

지난해 1월 이중국적자가 만 18세가 되기 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병역의무를 부과 받은 경우 병역을 이행하거나 면제받기 전에는 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 병역의무 기피 풍조에 경종을 울렸다.

1982년 현직 고교 교사 등 9명의 연구모임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송회 사건’에서는 배석판사로 관여해 피고인 6명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김 원장은 법무관으로 만기 전역했고, 큰아들이 최근 공군 병사로 입대해 병역과 재산 문제에서 흠이 없다. 법관들은 그를 “진작 대법관이 됐어야 할 인물”이라고 말한다.

▽경력 △부산고법 부장판사 △청주지법 충주지원장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

판결 이외에 박 원장이 18년 동안의 법관 생활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분야는 인신구속제도의 개선이다. 피의자를 신중히 구속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한 것.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법원행정처 송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체포영장과 긴급체포 제도를 도입하고 수사기관의 임의동행 관행을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적재산권 분쟁과 관련한 판결을 다수 내리면서 이 분야에서도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해 1월 음반제작사가 국내 최대 음악 개인 간 파일공유(P2P) 업체인 ‘소리바다’ 운영자를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에서 “무단 복제를 방조해선 안 된다”며 소리바다의 서버운영 중단 결정을 내렸다.

1988년 헌법재판소 창설과 동시에 2년여 동안 헌재에 파견돼 근무하는 등 헌법 분야에 대한 식견도 넓다. 2000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당시 관련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

얼굴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말수도 적은 편이지만 후배들은 그를 “속정이 깊고 인간미가 넘치는 선배 법관”이라고 말한다. 지방의 한 지원장은 “그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이 신고한 재산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아파트 1채를 비롯해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예금 1억6000만 원 등 4억9900만 원(현 기준시가 반영 시 7억8100여만 원)이다. 박 원장은 법무관으로 만기 전역했고, 장남은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대구경북(TK) 지역을 대표하는 법관으로 대법관에 임명되면 대법원 내 유일한 TK 법관이 된다.

▽경력 △특허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제주지법원장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안대희 서울고검장▼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3년 말 노무현 대통령은 “안대희 씨가 원칙대로 파헤치는 검사라는 이야기만 듣고 있었는데 이번에 내가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었던 안 후보자는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노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17회)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이지만 ‘원칙’에는 현직 대통령도 예외가 없었다.

약관의 나이에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한 안 후보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특별수사통이다. 25세에 최연소 검사로 임관된 후 6개월 만에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치됐다.

특수1부에 함께 근무했던 검사가 박주선 전 민주당 의원과 김성호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등이다. 이들은 당시 ‘저질 연탄’ 사건 수사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청와대 고위층이 “우리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 수사를 했다”며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지만 3명은 살아남았다. 이들은 1996년 서울지검 특수 3, 1, 2부장에 나란히 기용됐다.

안 후보자는 ‘국민의 정부’ 시절 두 차례나 검사장 승진에 ‘물’을 먹었다가 현 정부 들어 대검 중수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대선자금 수사 이후 부산고검장으로 사실상 ‘좌천’됐을 때 저서 ‘조세형사법’을 완성했다. 학계에서 이 저서를 높이 평가해 서울대 법대 대학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에서는 아파트를 포함해 전 재산이 2억5000여만 원으로 법무부와 검찰에서 꼴찌였다.

▽경력 △대검 중수 1, 3과장 △서울지검 특수1, 2, 3부장 △대검 중수부장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고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개혁적 판결을 많이 내렸다는 평. 시민단체 등 재야의 꾸준한 지지를 받았고 법원 내부와 변호사 단체로부터 여러 차례 대법관 후보로 추천받았다.

1995년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재직 시 사회민주주의청년연맹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이적표현물 제작배포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처벌해야 한다는 1990년 4월 헌법재판소 한정합헌 결정을 인용한 것.

200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원심을 깨고 공익적 목적의 내부 고발자 보호에 기여한 판결을 내렸다.

2002년에는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정신에 비춰볼 때 원천 징수 세액이 잘못 부과됐다면 국가는 세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 기관의 부당한 세금 징수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한 판결을 내렸다.

환경법과 행정법 분야에도 정통해 한국행정판례연구회와 법원 내부 환경법커뮤니티를 이끌어 왔다. 서울남부지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는 법원 최초로 일조권을 헌법상 보장된 환경권의 일종으로 보고 주민의 일조권 침해에 대해 손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무관으로 만기 전역한 이 원장이 신고한 재산은 아파트를 포함해 총 4억4800여만 원(현 기준시가 반영 7억6800여만 원)이다.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두세 시간 참선을 한다. 경기 하남시의 검단산 등산을 즐긴다.

▽경력 △법원도서관장 △서울지법 민사수석부장 △수원지법원장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여성 법관을 대표하는 인물로 조세법에 해박하다. 성폭력 범죄에 엄격한 판결을 내렸다.

1997년부터 3년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여성법 강좌의 개설과 ‘여성법학회’ 발족을 주도했다.

2001년부터 2005년 11월까지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이희헌 남광토건 전 사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사건 항소심, 김용산 극동건설 회장에 대한 특경가법 위반(사기-분식회계, 배임 등) 사건 항소심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원심 선고 형량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실형을 선고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배임, 횡령 혐의 사건과 관련해 부하 임직원들만 형사재판에 기소되고 실질적 지휘자였던 임 명예회장은 기소되지 않았으나 부하 임직원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임 명예회장의 공모 책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이던 2005년 5월에는 영장 없이 수색했던 경찰관을 상대로 부적법한 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몸싸움을 벌인 피고인에게 원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그해 7월 살인 사건 재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 ‘치유와 화해’ 개념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유무죄만을 판단하는 기존 재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진취적 노력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 전관예우에 대한 사법부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실명으로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재판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는 소신을 함께 밝혔다. 재산은 아파트 등 15억여 원(현 기준시가 반영 18억7300여만 원).

▽경력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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