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근로자 5명 피랍]“어젯밤에도 통화했는데…”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1분


“제발 무사하길”7일 나이지리아 피랍 사건의 대우건설 김상범 과장의 부인 한모 씨가 눈물을 보이는 딸과 함께 우울한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제발 무사하길”
7일 나이지리아 피랍 사건의 대우건설 김상범 과장의 부인 한모 씨가 눈물을 보이는 딸과 함께 우울한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7일 오후 나이지리아 대우건설 가스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대우건설과 한국가스공사에서 파견된 직원 등 5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불안감 속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가족 표정=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 권혁준(39·경기 안산시) 대리의 부인 박모(34) 씨는 “회사에서 소식을 듣고는 너무 놀라 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며 “멀리 있지만 3, 4개월에 한 번씩 집에 오고, 전화도 자주 하는 편이라 별걱정 없이 지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울먹였다. 권 대리는 2003년 10월 출국했으며 가스플랜트 시설의 시운전을 마치고 이달 중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지연돼 귀국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남편에게서 ‘보고 싶다. 빨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겠다. 건강하게 지내라’는 내용의 e메일을 어젯밤에 받았다”며 “아들(10·초등 3년)과 딸(7)에게는 놀랄까 봐 아직 피랍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께 납치된 한국가스공사 김옥규(40·경기 성남시) 과장의 부인 이모(38) 씨도 “4월 휴가 나왔다 갈 때 가스공사로 복귀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경황이 없다”며 당황했다.

대우건설 김희동(29·부산 부산진구) 씨의 어머니는 “회사에서 아들이 납치됐다는 연락을 받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며 “회사에서는 아들이 무사하게 잘 있고 아무 탈 없이 풀려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불안하고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박창암(44·전남 순천시) 과장의 가족도 시시각각 들려오는 피랍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무사 귀환을 고대했다.

부인 정모(38) 씨는 “어제 오후 8시 반경 남편이 인터넷 화상전화를 통해 나이지리아 정세가 불안하다는 말을 한 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김상범(49·부산 해운대구) 과장의 부인 한모 씨는 “매일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았고, 어제도 건강하게 잘 있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긴박한 회사=대우건설과 한국가스공사 측은 이날 피랍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가스공사 역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사옥 2층에 비상대책상황실을 마련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갔다.

가스공사 이철규 홍보실장은 “상황에 따라 현지에 인력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도 가스산업과에 비상대책반을 만들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성남=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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