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방선거 유세 도중 피습된 이후 기자들과 처음 마주 앉은 자리였다. 박 대표는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말했다. 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근신과 경계를 강조하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박 대표는 “국민에게 약속한 바를 반드시 지키고 정권 교체를 이루어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을 때까지 절대 안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며 당을 독려했다.
“야당의 한계는 있지만 국민과의 약속은 끝까지 지키고 집권 후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 보여 줘야 한다. 월드컵 선수들이 필드에서 뛸 기회를 가져야 평가를 받을 수 있듯이 정당도 집권한 뒤 권한을 갖고 정책을 이행해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유불리를 따져 대통령후보 선출 시기에 대한 논의를 집중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말도 했다.
대선 6개월 이전까지 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토록 돼 있는 당헌당규를 고쳐 후보 선출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박 대표는 “(대선 6개월 이전 후보 선출을 규정한) 당 혁신안은 9개월여 간의 갑론을박 끝에 만든 것인데 시험도 안 해 보고 손을 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 시점에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여야 대통령후보는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속이는 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7월 중 ‘희망국민연대’ 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예전에 말한 대로 그렇게(한나라당과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신당 창당으로 간다는 것도 그분의 선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피습돼 병원 수술대에 누웠을 때의 심경을 토로하며 “아버지 어머니도 흉탄에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며 잠시 목이 메기도 했다.
그는 “저승으로 갈 수도 있었던 사람이 살아서 나오게 된 것은 제가 만들고자 하는 부강하고 편하게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저를 바치라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선 후보들은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는 당직을 보유하면 안 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16일 대표직을 사퇴한다. 사실상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는 셈이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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