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敵은 내부에 있어… 자만-오만할땐 망할 수도”

  • 입력 2006년 6월 9일 03시 25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적은 내부에 있다. 적과 싸워 이기고도 자만, 오만으로 망할 수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방선거 유세 도중 피습된 이후 기자들과 처음 마주 앉은 자리였다. 박 대표는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말했다. 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근신과 경계를 강조하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박 대표는 “국민에게 약속한 바를 반드시 지키고 정권 교체를 이루어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을 때까지 절대 안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며 당을 독려했다.

“야당의 한계는 있지만 국민과의 약속은 끝까지 지키고 집권 후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 보여 줘야 한다. 월드컵 선수들이 필드에서 뛸 기회를 가져야 평가를 받을 수 있듯이 정당도 집권한 뒤 권한을 갖고 정책을 이행해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유불리를 따져 대통령후보 선출 시기에 대한 논의를 집중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말도 했다.

대선 6개월 이전까지 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토록 돼 있는 당헌당규를 고쳐 후보 선출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박 대표는 “(대선 6개월 이전 후보 선출을 규정한) 당 혁신안은 9개월여 간의 갑론을박 끝에 만든 것인데 시험도 안 해 보고 손을 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 시점에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여야 대통령후보는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속이는 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7월 중 ‘희망국민연대’ 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예전에 말한 대로 그렇게(한나라당과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신당 창당으로 간다는 것도 그분의 선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피습돼 병원 수술대에 누웠을 때의 심경을 토로하며 “아버지 어머니도 흉탄에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며 잠시 목이 메기도 했다.

그는 “저승으로 갈 수도 있었던 사람이 살아서 나오게 된 것은 제가 만들고자 하는 부강하고 편하게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저를 바치라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선 후보들은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는 당직을 보유하면 안 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16일 대표직을 사퇴한다. 사실상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는 셈이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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