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외교무대 ‘삐걱’…준비부족으로 곳곳서 망신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첫 여성 총리의 해외 순방이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등 곳곳에서 삐꺽거리고 있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9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공식 방문 첫 일정인 카바쿠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 예방 시간에 23분이나 늦었다. 첫 대면부터 지각을 한 셈. 이 때문에 면담 시간은 8분 정도 단축됐고, 이후 예정된 조제 소크라트스 총리와의 회담도 30여 분 연기됐다.

첫 대면부터 ‘망신살’이 뻗친 것은 프랑스 파리에서 한 총리를 태운 비행기가 총리 수행원 탑승자 명단 확인 문제 때문에 1시간가량 이륙이 늦어졌기 때문. 실제 탑승할 2명의 수행원 대신 엉뚱한 이름이 명단에 올라 있었던 것.

이에 앞선 7일 프랑스 에어버스사 시찰을 위해 에어버스사가 제공한 35인승 전용기 탑승자 명단이 탑승 직전 바뀌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 총리의 공식 수행원 대신 민간 업체 관계자들이 예정에도 없던 동행을 요구해 민간 업체 관계자들로 탑승자가 바뀌었다.

8일에는 프랑스경제인연합회 초청 간담회에서 프랑스 기업인들의 전문적인 질문 공세에 한 총리가 진땀을 뺐다. 계속된 질문에 당황한 한 총리는 수행하고 있던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노 장관도 제대로 답변을 못 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과 외교통상부는 “이번 해외 순방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만 늘어놓으며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실세 총리였던 이해찬 전 총리 때를 염두에 두며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8일 한국과 프랑스 총리의 파리 회담에서 합의된 ‘외규장각 도서 한국 전시’는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한국으로선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시회 개최와 반환 협상은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의 ‘소유주’로서 도서를 일정 기간 한국에서 공개 전시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전시회를 9월에 ‘장기적’으로 열겠다는 것과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하겠다는 점만 약속했다. 프랑스가 보관 중인 296권 전부를 한국에 보낼 생각인지, 전시회가 끝난 뒤 한국이 계속 보관하도록 하겠다는 건지 궁금한 점이 많지만 프랑스 측은 양국 문화부 장관 회동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리스본=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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