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자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종합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익법인이 상시 감시하고 정부와 낙하산 대상 기업 간의 유착 여부를 따져본다는 내용이다. 과연 효과가 날까. 일본식으로 ‘고네’라고 부르는 연줄(커넥션)이나 관청과의 ‘파이프’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감시가 더해진다고 낙하산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낙하산 인사를 줄이기 위해, 승진에서 탈락한 공무원을 내보내지 않고 자리를 주기로 했다니 공무원집단으로선 그 틈에 한 건 챙긴 셈이다.
▷낙하산 인사 월드컵이 있다면 한국도 강팀일 것임이 틀림없다. 노무현 정부 들어 더 강해져 작년 말까지 주요직 낙하산만 282명이라고 한다. 그중 총선 낙선자, 대통령후보 시절 특보, 청와대와 여당 출신 등 정치인이 134명이다. 미안해하기라도 하면 덜 미울 텐데, 노 대통령은 2003년 4월 “가장 적절한 인사를 할 것이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해 6월 “참여정부가 낙하산 줄을 끊었다”는 자랑은 당시 정찬용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했다.
▷국내 낙하산엔 코드형, 보은(報恩)형, 위로형이 있다. 여당의 5·31지방선거 참패는 위로받을 후보들을 무더기로 만들어 냈다. 청와대와 여당이 선거충격에서 깨어나면 ‘임기 말 낙하산 집중투하 작전’에 들어갈지 모르니 경계경보라도 내려야 할까. 정부는 ‘일부 공공기관장은 경영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었지만 그동안 금지법이 없어서 낙하산이 그리도 많이 흩날렸던가.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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