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816일만에 퇴임]“정권교체 위한 또다른 시작”

  • 입력 2006년 6월 1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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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 앞마당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당직자들에게 꽃다발을 흔들며 당사를 떠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안녕히 계세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 앞마당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당직자들에게 꽃다발을 흔들며 당사를 떠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 앞마당에서 이임식을 하고 대표직을 떠났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04년 3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2년 3개월(816일) 만이다. 박 대표는 1997년 창당 이후 정식으로 이임식을 하고 떠난 첫 대표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대표직은 떠나지만=박 대표는 소속 의원과 당직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임식에서 “당 대표가 된 직후 당의 간판을 떼어내 찬바람 부는 천막당사로 걸어가던 그때를 잊을 수 없다”며 “그 짧은 길이 마치 천리 가시밭길 같았다”고 회고했다.

또 그는 “정든 당사를 매각하고 당의 하나뿐인 재산인 천안연수원도 국가에 헌납했으며, 고락을 같이한 사무처 식구들을 40%나 구조조정했고, 당의 중진의원들을 우리 손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가슴 아픈 결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희생과 아픔이 오늘의 한나라당과 이 자리를 있게 한 것”이라며 “국민을 잘살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해 드리는 게 정치의 기본이다. 우리가 편하면 국민이 고통스럽고, 우리가 힘들면 국민이 행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자리가 내년 정권교체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당내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그가 사실상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들렸다.

당사 주변에서 행사를 지켜보던 박 대표 지지자들과 시민 100여 명은 수차례 “박근혜”를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이임식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박 대표는 이임사를 마친 뒤 주요 당직자와 일부 의원 및 당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재임 기간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둘러보곤 당사를 떠났다.

앞서 이재오 원내대표는 환송사에서 “박 대표는 곧 한나라당이었다”고 했고, 허태열 사무총장은 “여당에서 9명의 의장이 바뀌는 동안 한나라당을 안정과 통합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고 치켜세웠다.

이임식에는 역시 당내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등 5·31지방선거 시도지사 및 기초단체장 당선자들과 당 원로 등이 참석했다. 역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해외 출장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대표 재임 816일의 공과= 박 대표는 취임 직후 2004년 총선에서 121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 탄핵풍의 와중에서도 나름대로 당의 존립 기반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잇단 재보선과 5·31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박근혜의 위력’을 과시했다. 2004년 총선 직전 한 여론조사에서 7%대까지 곤두박질쳤던 당 지지율은 지금 40%를 넘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정당 득표율(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준)은 53.8%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대표에겐 15%가량의 고정적 지지층이 있다고 본다.

당내에선 여의도 당사와 천안연수원 매각 단행 등으로 ‘차떼기당’, ‘부패정당’이란 이미지를 탈색시키는 데 박 대표가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다. 당내에서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아닌 ‘정치지도자 박근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박 대표의 국가경영 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아직은 엄존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대중적 인기에다 국가 비전 제시 및 경영능력을 보여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나라 빅3 대권레이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6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데 이어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이달 말 임기를 마치게 된다.

당내 3명의 대권주자가 모두 ‘계급장’을 떼고 대권 레이스의 출발선에 서게 되는 셈이다. 물론 박 대표는 3명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의원 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올해 말까지는 정치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

5·31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한 박 대표는 당분간 몸을 추스르면서 국가 경영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대권 구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얼굴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만큼 외부 강연이나 해외여행은 당분간 자제할 것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퇴임 후 박 대표를 보좌할 진용에 대해서도 아무런 구상이 없다. 대선 캠프를 꾸리는 문제도 논의된 게 없다”고 전했다.

물론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7·26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박 대표는 건강이 회복되면 9월쯤 중국을 방문해 새마을운동에 대해 특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시장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사무실을 낸다. 그러나 ‘대선 캠프’는 아니라고 한다. 이 시장은 대한민국이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비전,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국가발전 전략을 짜는 데 시간을 투여할 계획이다.

그는 독일을 방문해 자신의 ‘내륙운하’ 구상을 벤치마킹하고 정보기술 강국인 인도 방문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손 지사는 경기지사 시절 외자 유치 경험담을 모은 저서 ‘손학규와 찍새 딱새’ 출판기념회를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연다. “권력은 여의도가 아니라 국민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2, 3개월간 전국을 도는 ‘민심 대장정’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듣고 느낀 것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국민과의 대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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