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미사일 쇼크’를 겪은 일본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주일 미국대사와 일본 외상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도발적 행위’로 규정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자위적 조치’를 취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고 아소 다로 일본 외상도 ‘미사일이 부정확성으로 인해 일본에 낙하하면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군사적 방안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지스함을 비롯한 최첨단 군사력을 동해에 배치하고 있으며, 공중 요격설까지 흘러나온다. 추가적인 경제제재와 보복조치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을 ‘주권국의 자주권’이라고 강변해 왔다. 특히 장거리 미사일을 인공위성 발사라고까지 주장해 왔다. 미사일과 인공위성의 발사 및 추진 기술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북한 주장을 이해하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대량살상무기의 허용 여부는 무기의 성격이 아니라 무기 보유자의 의도와 도덕성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띄우기 위해 발사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같은 식도(食刀)라도 사용자에 따라 취사용 또는 흉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북한의 ‘평화적 핵 권리’ 주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미일 양국이 긴밀히 협조하며 총력 대응에 나서는 데 비해 한미 또는 한미일 간 정부 차원의 밀접한 정책 조율과 공조 움직임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성격상 집단 안보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한반도 위기 때의 대응방식과 견주어 우려된다.
더욱이 연일 쏟아내는 미일 양국의 대북 경고 메시지에 비해 노무현 정부의 대응은 긴박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남북 채널을 통한 ‘우려 전달’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어도 정부 차원의 대북경고 성명은 나와야 한다.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이후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의 지속을 천명한 것도 신중하지 못한 대처로 여겨진다.
특히 여권에서 북한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미사일 발사설은 공연한 걱정이며 미일이 근거 없는 설을 유포한 것” 등의 언급이 나왔다는 점은 놀랄 일이다.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에 대한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국제사회가 증거를 갖고 주시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신뢰하고 우방을 의심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처럼 왜곡된 남한 내 대북 인식에서 유래된 측면도 있다. 최근 ‘6·15남북 축전’과 평택 시위 등에서 나타난 반미 분위기는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북한의 도발을 유혹하는 요인이 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도는 핵 개발과 함께 동북아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좀 더 냉철한 인식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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