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는 원래 27일경 방북하기로 돼 있었으나 북으로부터 아직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어떤 확답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약속을 밥 먹듯 뒤집고, 심심하면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주변 정세를 불안케 하는 북의 고질적인 ‘불량 국가적 행태’에 비춰 볼 때 지금은 방북의 적기가 아니다.
DJ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6자회담에 나와 핵 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지원 등을 맞바꾸는 일괄 타결에 응하라’고 설득할 생각이겠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받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 내려는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직접 교섭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북은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고,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몰아붙임으로써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는 데 DJ를 이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해도 방북한 DJ가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을 때 미일 양국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남북관계를 의식해 미일의 강경 대응 방침에 내심 동조하지 않고 있다. 정부 내에선 “우리는 이미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 아래 있으므로 대포동 미사일이 새로운 위협은 아니다”는 해괴한 주장까지 나온다고 한다. 정말 당혹스럽다. 우리에게 위협만 안 되면 동맹 또는 우방인 미일이야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정부마저 이러한데 DJ까지 나서서 어쩔 셈인가. 지금은 무엇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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