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하려면 차라리 지방의회의 문을 닫아라.”
현직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시군구청장) 10명 중 7명은 기초자치단체 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7월 1일 ‘민선 4기 지방자치제’가 출범하더라도 나아질 것이 전혀 없다는 것.
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재정 부족’이 지적됐다. 기초자치단체장의 73.3%가 “돈이 없어 할 일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 정부의 지방자치제도와 분권정책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장들은 대학 학점 기준으로 ‘D학점’을 부여했다. 평가 점수는 10점 만점 기준에 4.65점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동아일보와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이달 말까지 임기를 채우는 민선 3기 기초자치단체장 120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단체장들은 기초의원의 자질과 역할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지금 정도의 역할이라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기초의원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70% 가까이 됐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은 “기초의원들이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단체장들은 ‘기초의원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 낙제점(10점 만점에 5.28점)을 줬다. 특히 업무에 대한 열정이 높은 초선 단체장들은 3분의 2가 4점 이하를 줬다. 초선 단체장의 84.6%가 기초의원제 폐지에 찬성했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정세욱 원장은 “진정한 지방자치가 가능하려면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유급제 시행의 이유는 그만큼 일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기초의원들이 더욱 자질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체장들은 5·31지방선거가 ‘정부와 집권당의 실정에 대한 심판’(69.2%)이란 점에 동의하면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행사가 중앙정치의 심판장이 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잘못된 중앙정치를 지방으로 확장시키고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국회의원의 하수인으로 만든다”는 것이 주된 이유. 공천을 빌미로 특별 당비나 공천 헌금을 요구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대부분(76.6%)이 ‘적어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무원에 대한 평가(7.02점)는 예상보다 높았다. 지역 주민의 정치 의식 및 민도에 대한 평가는 중간 정도의 점수(6.22점)를 주었는데 당선 횟수가 많을수록 주민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다.
지자체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대다수(73.3%)가 ‘재정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데 동의했다. 돈이 없어서 할 일을 못한다는 것. 다만 인천-경기에서는 21명 중 5명(23.8%)이 ‘중앙의 간섭’이라고 답해 중앙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수도권 규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단체장들은 열악한 지방재정의 확충을 위해 ‘국세의 지방세 전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방세수 규모가 하위권인 강원도와 제주도 단체장들은 중앙정부가 주는 지방교부세를 늘려야 한다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조정을 위해서는 중앙의 권한 중 조직·인사권(50.0%)과 도시계획승인권(31.7%)을 지방에 넘겨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지역 개발 수요가 많은 서울, 인천-경기, 중부 지역의 단체장들은 도시계획승인권에 대한 요구가 더 많았다.
지방자치의 확대를 위해서는 경찰자치제(40.8%)를 실시하는 것과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38.3%)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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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당선자에 대해 성동구 주민들은…
“이름도 몰라 공약도 몰라… 黨만 알지요”
‘구청장 당선자의 소속 정당(68%)>당선자 이름(47%)>주요 공약(20%).’
서울 성동구 구민들이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호조 구청장 당선자에 대해 알고 있는 사항의 순서다.
본보는 14∼20일 서울 성동구 구민 150명을 대상으로 이 당선자의 인적사항과 공약에 대한 ‘OX 퀴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 당선자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을 맞힌 응답자는 68%였다. 응답자 가운데 투표한 사람의 85%는 이 당선자의 소속 정당을 알고 있었지만 15%는 소속 정당도 모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당선자의 이름을 아는 구민은 47%에 그쳤다. 이 당선자의 연령(60대)과 경력(관선 구청장 등)을 아는 구민은 각각 26%로 더욱 적었다.
이 당선자의 공약에 대한 퀴즈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20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이 당선자의 이름 연령 정당 등 인적 사항을 모두 맞힌 구민(3명)의 평균 점수도 22점에 불과했다.
다른 후보의 주요 공약을 이 당선자가 내걸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구민도 상당수였다. 예컨대 열린우리당 후보의 ‘서울숲∼청계천 구간 모노레일 설치’, 민주당 후보의 ‘금강산 열차 정차역 유치’ 등을 이 당선자의 공약으로 착각한 구민이 각각 87%, 88%나 됐다.
이 당선자의 주요 공약인 ‘왕십리 부도심권 개발’을 제대로 맞힌 구민은 56%로 집계됐다.
<사회부 특별취재팀>
반병희 차장 bbhe24@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문권모 기자 milkemoon@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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