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방북 추진, 정부가 적극 주선… 성사 분위기 띄워

  • 입력 2006년 6월 21일 03시 05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추진에는 처음부터 정부가 개입했다.

지난해 11∼12월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 전 대통령에게 방북을 권유한 데 이어 올해 1월 정부는 ‘4월 중순 또는 4월 말에 방북하겠다’는 김 전 대통령의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5·31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김 전 대통령은 “방북을 6월로 늦추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당시 정치권에선 김 전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방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방북 자격을 둘러싼 논란은 5월까지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기에 김 전 대통령이 방북을 하게 되면 2000년 6·15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져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5월 16∼17일 금강산에서 열린 1차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측은 군부로부터 군사보장 조치를 끌어내기 어렵다며 김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에 난색을 표했다. 게다가 5월 25일로 예정됐던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무산되면서 열차 방북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났다.

이에 따라 5월 29일 2차 실무접촉에서 남측은 육로 방북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남북은 방북 시기를 6월 27일경, 3박 4일간으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이는 구두 의견 접근이었을 뿐 공식합의가 아니었다.

이어 남북한은 이달 7∼9일에 최종 실무접촉을 갖고 방북 계획을 확정하려 했지만 북측의 거부로 접촉을 하지 못했다.

이런 과정들을 살펴볼 때 북한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하고, 분위기를 띄운 것은 상황판단 미숙이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 등의 정치적 의도 때문에 정부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드라이브를 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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