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9월 워싱턴서 정상회담…北미사일-6者 균열 좁혀질까

  • 입력 2006년 6월 24일 03시 09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9월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23일 밝혔다.

송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 간에 정상회담 일정을 몇 달 전부터 협의해 왔고 두 달 전에 9월경 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다음 달 초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미 행정부 외교정책 당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9월 중순이 유력하다고 한다.

한미 정상이 예정대로 9월 워싱턴에서 회담할 경우 지난해 11월 경주회담 이후 10개월 만에 만나는 것이다. 두 정상 간 회담으로는 여섯 번째가 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핵문제 및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현안이 의제가 될 전망이다.

송 실장은 “근래 들어 북핵 문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문제들에 대해 한미 간에 좀 더 협의하고 조율 수준을 높여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해 최근 논란이 된 북한 미사일 문제도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 내에서는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한미정상회담은 9월에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측도 정상회담을 통해 쟁점 사항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가 이날 세부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한미정상회담 계획을 전격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관례상 정상회담의 경우 당사국들이 세부적인 일정까지 합의한 뒤 동시에 발표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엔 한국 측이 ‘설익은’ 계획을 먼저 발표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상회담 일정은 확정된 뒤 당사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에 관해선 입을 닫았었다.

이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노 대통령만 뺀 것을 놓고 한미 간 공조 이상기류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4월에도 방미 중인 이종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언론에 6월 한미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흘려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미국 측은 이날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단연 6자회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공동선언문이 타결되고 두 달 만에 후속회담이 열린 지 지금까지 7개월간 회담 재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북한은 북-미 간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북측의 요구를 일축하며 ‘6자회담 즉각 복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 FTA 협상 쟁점인 개성공단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를 놓고 한미 간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치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인정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美, 北미사일 해법 강도 논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미국 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가동해 요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데 이어 북한의 도발에 앞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초강경론까지 등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론과 북-미 양자협상론 등 다양한 해법도 제기됐다.

논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을 계획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애슈턴 카터 전 국방차관보가 22일자 워싱턴포스트에 낸 공동 기고문을 계기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페리 전 장관은 기고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 해법과 6자회담의 실패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고집한다면 선제공격을 하라”고 주장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이날 “미국에 대한 잠재적 핵 공격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 페리 전 장관의 주장을 “고려해 봐야 할 선택 방안 중 하나”라며 가세했다.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은 1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도 안보리 회부를 지지하거나 최소한 강하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강경론에 대해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오히려 외교적 해결 방침을 강조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딕 체니 부통령은 22일 페리 전 장관의 선제공격론에 대해 “상황을 더욱 악화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거부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면 MD 시스템을 가동해 요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요격에 특별히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미사일 위기로 촉발된 논란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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