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해당 공기업의 임원을 불러 “지역에 여당 국회의원이 엄연히 있는데 이런 식으로 나를 깔아뭉개도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지만, 지방선거 참패 이후 추락한 여당의 위상을 절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뿐 아니다. 지역구 중소기업인들과의 관계가 급격히 소원해지는 등 체감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여당 의원이 많다. 한때 최고 55만 명에 달했던 기간당원(매월 2000원씩 당비를 내는 당원)이 최근 25만 명으로 줄어드는 등 여당의 세 축소는 수치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다음 18대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의원마다 개별적으로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게 현재 여당의 상황이다.
우선, ‘지역구에 매진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꽤 있는 편인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요즘 의원총회 등 당내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않고 지역구에만 머물고 있다. 그는 “앞날이 불투명할 때는 지역 활동에 ‘다걸기(올인)’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최근 보좌진에 “재선 로드맵을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보좌진은 “지역에 전력투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건의했고, 이 의원은 2주일에 한 번씩 지역에서 의정보고회를 여는 것은 물론 의정보고서 배포량도 2배로 늘렸다.
충남의 한 초선의원은 지역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건복지위원회를 선택했다. 그는 “도농복합형 지역구에서는 결국 지역주민의 민생과 밀접한 예산을 따내고, 틈나는 대로 얼굴을 비치는 게 주효하더라”고 말했다.
의정 활동에 매진하면서 정부 비판에 앞장서는 것으로 지명도를 올리려는 의원도 느는 추세다. 호남의 한 초선의원은 9월 정기국회를 벼르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보좌진에 “국정감사나 본회의에서 정부를 상대로 큰 건을 터뜨려야 살아남는다. 이판사판인데 정부라고 봐줄 계제가 아니다”라며 “활동비를 충분히 지원할 테니 정보 수집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도 저도 소용없다는 ‘자포자기파’도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지금은 뛰어봤자 아무 효과가 없다”며 3주일째 지역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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