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도 단체장 공약이 뭔지, 지방의회가 언제 열리는지 모를 정도로 무관심해서는 지방자치제가 뿌리를 못 내립니다. 주민참여 예산제, 주민소환제를 이용해 지방 정부를 적극 감시해야 합니다.”(‘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
4기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지방자치제는 올해로 12년째를 맞지만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실정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정부가 출범 초기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성과는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4기부터는 실질적인 지방자치제가 이뤄지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선거 과정의 공과를 인사에 반영하지 말라고 말했다.
○ 재정부족 해결이 최우선 과제
3선 임기 11년을 채우고 물러나는 단체장들은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지방 정부의 예산을 꼽았다.
박대석 전 부산 영도구청장은 “대부분의 단체장이 예산 때문에 복지 사업 등 주민 삶의 질 향상에 한계를 많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16개 시도지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의 지방분권 과제 가운데 ‘지방 재정 확충 추진 속도’가 10점 만점에 2.8점으로 가장 낮았다.
정해걸 전 경북 의성군수는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정당공천제 때문에 기초단체장이 지역구 국회의원 손아귀에 놀아나기 쉽다”면서 “어렵고 힘들 때는 주민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 인사 청탁-입찰 비리 조심
퇴임 단체장은 이권을 멀리하라고 후임자에게 강조했다. 선거직이라 같은 지역에 적이 많고, 감시하는 눈도 많아 비리를 저지르면 언젠가는 터져 나온다는 충고다.
조남호 전 서울 서초구청장은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을 조심하라. 직원도 못 오게 해야 한다”며 “집에 찾아오는 사람은 공정한 게임을 기대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만나면 사고 날 위험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김봉렬 전 전남 영광군수는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공과를 가지고 인사를 하면 전체가 흔들린다”면서 “공무원 조직은 안정이 중요한데 서열을 고려해 인사하는 것도 차선책은 된다”고 말했다.
입찰 비리, 인사 청탁만 조심해도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게 베테랑 단체장의 한결같은 충고다.
○ 주민 참여도 높아져야
지방의원들은 수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경북 포항시 박문하 시의원은 “지방의원이 이제까지는 정책개발보다는 주민 경조사에 더 신경을 쓴 면이 없지 않다”면서 “앞으로는 기초의원도 공부해서 공무원과 논리적으로 겨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호 전 인천 옹진군수는 “풀뿌리 여론을 수렴하는 지방의원을 배제하고 일을 추진하면 실패하기 쉽다”면서 “지방의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 북구 예산참여심의위원회 이승매 간사는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주민이 직접 예산 편성, 집행, 결산에 참여해 세금이 엉뚱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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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정당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인이다.
단체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당당해야 한다. 특히 인사나 청탁에 있어 정당 관계자의 압력을 이겨 내라. 지방 의원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제대로 된 심의와 감사를 보여 주기 바란다.
지자체가 진행하는 사업의 성과도 명확히 밝혀 달라. 선진국 지자체는 주민을 대상으로 연간보고서(Annual Report)를 발간한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주민 숙원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상세히 소개한다.
인재 확보와 관련해서는 ‘출향인사 활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향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분이 많다.
다른 지역이나 지자체와의 협력도 인재 확보 측면에서 좋은 방법이다.
특별취재팀
반병희 차장 bbhe424@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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