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수습한다며 세금폭탄 입안자 중용하나”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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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 방침을 밝히고 후임 인사까지 내정했지만 여야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권오규 김병준 전현 대통령정책실장을 각각 경제와 교육부총리로 발탁한 것에 대해 ‘코드 인사’가 재연됐다는 우려와 함께 민심 수습 개각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물밑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이번 개각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돌려 막기 식 인사’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국무총리실 주변에서는 대통령 측근 실세들이 내각을 장악할 경우 ‘책임총리’ 방식의 국정운영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 폭탄’이 터지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 3개부처 개각방침 정치권-교육계 불만

▽열린우리당의 속앓이=열린우리당은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내정 과정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하루 전까지 당은 개각이 없는 줄 알았다. 이번 개각은 절차에서부터 당이 완전히 소외됐다”고 말했다.

특히 새롭게 기용되는 인사가 민심과 괴리가 큰 사람들이라는 점이 열린우리당의 속앓이를 더하고 있다. “세금 폭탄은 멀었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김 전 실장이 교육부총리에 내정되는 등 대통령 측근의 전면 포진이 예고됐다는 점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논란이 된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고 강경발언으로 민심이반을 자초한 사람을 중용한다는 것은 ‘정책은 측근이 추진할 테니 열린우리당은 들러리만 해 달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김 전 실장의 중용은 국민의 세금 저항에 정면으로 맞대응하는 것”이라며 “당내에서는 한명숙 국무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조정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개각 예고’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 표시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형식면에서 이번 개각은 ‘부동산 세금폭탄’과 ‘오락가락 교육정책’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민심 수습 요구를 수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로서는 당 내부 전열을 추스르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노 대통령에 맞서 각을 세울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향후 정계개편 등과 관련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의원들은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만찬에서 “탈당하지 않겠다”며 “당이 어렵다고 해서 항해 중인 배에서 뛰어내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대선주자는 잘 항해하다 보면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다. 대통령은 마이웨이할 테니, 싫은 사람은 당을 떠나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육계의 우려=김 전 실장의 ‘교육부 입각’은 노 대통령이 자신의 분신을 심는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교육계는 김 전 실장이 각종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김 전 실장은 대학구조 개혁과 통폐합 등 대학 교육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세’를 모셔야 하는 교육부는 좌불안석이다. 교육부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이 깊어 핵심 실세가 교육부 개혁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교원단체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참여정부의 강경정책을 뒷받침해 온 인물의 시각이 교육정책에 그대로 적용되면 교육현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교원평가제, 교장공모제 등 교직사회가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새 부총리는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철학을 갖추고 교육 불평등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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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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