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금 발매 중인 시사월간지 신동아 7월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신동아 7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고건(高建·68) 전 총리는 최근 ‘희망한국국민연대’(이하 희망연대) 설립 의사를 밝혔다. 이는 내년 대권(大權)을 향한 장도에 첫 발자국을 찍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희망연대’는 7월26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이후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도 실용주의 개혁세력’이 연대 대상이다. 고 전 총리는 “현 정치권이 꿈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희망연대는 향후 사회 각 분야 일반 국민을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 성격의 연대모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연지동 사무실에서 정계개편 구상, 양극화, 한미관계 등을 주제로 고 전 총리를 인터뷰했다. 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대북·대미관(觀)을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은 인물이지만 오히려 한나라당 노선과 유사했다. 고 전 총리는 “박근혜 대표와도 연대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5·31 지방선거 이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당시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 체제였다. 다음은 고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이다.
-북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정부는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남북 채널을 활용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잘 설명하고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유도해야죠. 그리고 한미공조를 통해 6자회담의 골격을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협력체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요. 물론 북핵 문제 해결 이후겠지요.”
“친북좌익세력이 잘못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갈등 등으로 한미관계에 균열이 생겼다는 일각의 견해에 동의하십니까.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도는 일부 친북좌익세력의 극단적 행동으로,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 대다수는 그러한 시도에 반대해요.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역사를 망각해선 안 되죠.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도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고 전 총리가 사용한 ‘친북좌익세력’이라는 표현은 소위 ‘평화민주세력 연대론’을 밝힌 바 있는 열린우리당과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대립적 개념이다. 열린우리당 내 중도파에 해당하는 정동영 전 의장이 ‘평화민주세력 연대론’을 폈는데, 김두관 전 장관 등 이른바 친노(親盧)직계세력은 정 전 의장보다 ‘남북공조’에 훨씬 더 우호적이다. 대미관계에 있어서도 고 전 총리는 한미동맹을 강조하지만 이들은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창하고 있다.
‘친북좌익세력’이라는 표현 하나에도, 고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을 포함하는 범여권 통합 방식의 정계개편을 추진한다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암시가 들어 있는 듯하다. 정치는 ‘정서적으로’ 맞아야 같이 하는 건데, 고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 내 일부 계파가 정서적으로 융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4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고건 전 총리에 대해 “한나라당과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라고 했다. 박 대표(5·31 선거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남)와 연대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만약 박 대표가 연대 요청을 해온다면 받아들이겠습니까.
“지금까지 대학 강의를 통해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들이 정파를 초월해 연대 통합할 것을 주창해왔어요. 정략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 가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자는 뜻에서 한 말이죠. 그러한 제 뜻에 동조하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라면 협력할 수 있어요.”
-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연대 협력, 네, 할 수 있죠.”
박근혜가 중도개혁?
1970년대 말 박 전 대표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할 때 고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으로서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고 전 총리 또한 한나라당과 박근혜 당시 대표를 분리해 “박 대표와는 연대, 협력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듯하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를 ‘중도 실용주의 개혁세력’으로 봐야 할까?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법안 반대 운동을 주도하면서 그의 이미지는 ‘보수주의’로 굳어져 있다. 이는 고 전 총리의 ‘친북좌익세력’ 발언이 미래의 연대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열린우리당 내 상당수 계파의 정서와 맞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또한 ‘박근혜와도 연대할 수 있다’는 고 전 총리의 마인드에 대해 열린우리당 측이 어떻게 평가할지도 의문이다.
‘중도 실용주의 개혁세력 연대’를 내세운 고 전 총리의 정치권 개편 시도는 이래저래 우여곡절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인터뷰·김승훈자유기고가 shkim0152@hanmail.net
정리·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이 기사는 지금 발매 중인 시사월간지 신동아 7월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신동아 7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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