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노 대통령에게 ‘코드’ 정책과 인사는 더는 안 된다는 표심(票心)을 분명히 보였다. ‘세금폭탄’ 운운하며 빗나간 부동산정책을 밀어붙이고 ‘균형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나라 곳곳을 난(亂)개발과 투기 광풍 속으로 몰아넣는 데 앞장선 김 전 정책실장과 같은 참모를 다시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서로 색깔이 다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그리고 학부모단체까지 일제히 그의 교육부총리 기용에 반대했겠는가.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내 식대로 한다’는 오기(傲氣)를 또 보였다. 평소 측근들이 “참여정부에는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없다.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호언한 대로다. 국무총리실은 군색하게 해명했지만, 대통령이 총리의 제청권을 존중했다는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이 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역(逆)발상’이자 ‘여론에 대한 과감한 거역’이라면 남은 1년 반의 임기도 험난할 것이다.
4월에 권오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불러들여 경제수석에 앉힌 지 두 달여 사이에 정책실장을 거쳐 부총리로 ‘초고속 승진’시킨 배경도 석연치 않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 회동에서 거론했다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인위적 경기부양’의 총대를 메게 하기에 적당한 사람이라서 그런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신용카드 남발’로 내수 진작을 꾀했던 김대중 정권의 무리수를 되풀이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또 다른 대(對)국민 사기극일 뿐이다. 국민은 민의를 겸허히 수용해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정녕 이를 거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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