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본주의 체제변화를 이룩해 나간 국가 중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로 남미 각국의 평등 지향적 체제 변화와 스웨덴의 사회주의 지향적 체제변화를 꼽았다.
그러나 약 15년이 지난 2005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였던 권 내정자는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스웨덴 모델’에 대해 상당히 달라진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는 “스웨덴을 배워야 한다”면서 “특히 큰 정부를 유지하면서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대(對)국민 서비스를 확대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공무원들이 돌려 읽어 봤으면 하는’ 보고서로 꼽았다.
무엇이 ‘경제팀 수장(首長)’ 취임을 앞두고 있는 권 부총리 내정자를 이렇게 달라지게 했을까.
○ ‘스웨덴 모델’에 대한 시각 변화
권 내정자는 1991년 나라경제 논단에서 “남미와 스웨덴이 취한 전략의 공통적인 특징은 평등과 복지를 다른 어떤 정권 목표보다 우선했다는 것이고 그 결과 이들 대부분은 불평등의 심화와 반(反)복지사회로의 길을 착실히 걸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소외계층의 소득과 복지 증진을 위한 지출을 경제능력 이상으로 절제 없이 추진함으로써 물가 상승과 실업률 증대, 국제수지 적자의 대폭적인 확대를 예외 없이 경험했고 결국 경제성장까지 정체됨으로써 빈곤층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전체적인 글의 맥락은 사회복지제도의 확충은 필요하지만 스웨덴식의 무리한 사회복지지출은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15년 뒤. OECD 대사로 있었던 권 내정자의 34쪽 분량인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과 시사점’ 보고서 내용은 많이 달라졌다.
그는 “스웨덴의 복지모델은 전혀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제한 뒤 스웨덴의 배워야 할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개혁을 미루지 않고 지속적인 미조정을 통해 환경에 계속 적응해 나가는 (스웨덴의) 노력을 배워야 한다”며 “특히 큰 정부를 유지하면서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확대 제공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어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가져온 스웨덴 모델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
○ “결과만 갖고 얘기하지 말아 달라”
본보는 스웨덴 모델에 대한 시각 변화의 이유를 묻기 위해 권 내정자를 접촉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권 내정자는 대신 재정경제부 최훈 금융허브협력과장을 통해 “보고서를 잘못 해석했다”고 해명했다. 최 과장이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웨덴 모델의 결과만 갖고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권 내정자는) 밝혔다. 스웨덴이 그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떻게 이를 극복했느냐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2005년 12월) 보고서의 요지다. 즉 스웨덴식 개혁의 전제 조건이 되었던 끊임없는 변신과 개혁, 국제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공공부문의 투명성 등을 봐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1991년 당시에는 어떤 배경에서 그런 시각을 가졌는지, 2005년 12월에는 왜 시각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 권 내정자의 변신에 대한 평가
권 내정자의 시각변화에 대해 서강대 김광두(경제학) 교수는 “자리가 다른 만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스웨덴 상황도 15년 사이 달라졌다”고 전제한 뒤 “사회복지정책을 잘못 취했을 경우 남미식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취임 전후에 권 내정자의 정책적 시각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나성린(경제학) 교수는 “노태우 정부 당시인 1991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정권의 국정(國政) 목표였고 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통한 동반성장 전략’을 내걸고 있다”면서 “결국 대통령의 방향에 맞출 수밖에 없는 행정 관료의 한계를 보여 주었다”고 지적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