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만찬 전날 김 의장이 노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4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 의장이 개각과 관련해 노 대통령과 모종의 ‘사전 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더구나 김 의장은 김 부총리 내정과 관련해 “행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의원들의 불만을 진화하는 데 주력했다.
김 의장은 우상호 대변인을 통해 28일 청와대 독대 내용을 세세히 공개하며 의혹을 불식시키느라 부심했다. 김 의장은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탈당 불가’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당이 요청한 세금 경감을 건의했다는 요지다.
노 대통령이 다음 날 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탈당은 절대 하지 않겠다”, “서민에게 부담되는 부동산 정책은 당정이 정리해 나가자”며 당 의견을 수용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 ‘선물’을 안긴 며칠 뒤 ‘김병준 발탁’을 단행함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김 의장과의 독대가 일종의 ‘거래’가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가 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당은 김 부총리 기용에 입을 다무는 식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 부총리 내정은 김 의장이 대통령 탈당 불가 등의 의견을 개진했을 때 이미 예고돼 있었던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장으로서는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이었겠지만 청와대 독대는 당-청 관계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외면한 단견이었다”고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내정자의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노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앞으로도 비슷한 인사문제가 재연될 소지도 크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은 여론의 화살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김 의장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서 있다. 당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와의 제휴가 당과 자신을 최악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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