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한층 가속화시킴으로써 동북아 지역에 본격적인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1998년 8월 말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1호가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진 뒤 일본은 미국과 요격시스템 장치, 항공기탑재 레이저(ABL) 공동개발 등 MD 체제의 구축에 더없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23일 “미국과 일본이 탄도미사일 공동 방어분야 협력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정문에 서명했다”며 요격 미사일 공동생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일본은 북한 미사일의 조기 대응능력을 구축하기 위해 신형 조기경보기와 정찰위성과 같은 첨단 정보자산 도입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방부도 북한의 대포동2호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의 미국 본토 위협과 관련해 MD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 나갔다. 미국은 알래스카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 지상배치요격미사일(GBI)의 추가 배치 등을 위한 예산으로 올해 78억 달러였던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 예산을 내년도에는 93억 달러로 증액했다.
야마모토 다케히코 와세다대 교수는 “1998년에 이은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는 일본의 안보 대비 태세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MD 체제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고 이에 대한 한국의 태도가 향후 한미 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MD 체제 불참이라는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할 경우 미국이 본토 방어라는 국익과 전략적 관점에서 한미 관계를 전반적으로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
한국으로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MD 체제 참여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 그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MD 체제 협력을 고리로 한층 밀착된 미일 관계는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일의 MD 체제가 향후 동북아 패권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재래식, 비재래식 전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10여 년 전부터 미 MD 체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극초음속 다탄두 미사일과 같은 첨단 무기 개발에 경주해 왔다. 이런 상황은 결국 동북아 지역 군비경쟁의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자원 및 영토분쟁이 잠재된 동북아 지역은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치달을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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