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7기 중 6기는 사거리 300∼500km인 스커드와 1200∼1500km인 노동 같은 단·중거리 미사일이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발사 준비에 약 3주가 소요되는 대포동2호와 달리 스커드와 노동은 발사하기가 비교적 쉽다는 것. 이동식 발사대가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고 각각 1시간 반과 3시간 정도만 준비하면 어떤 사전 징후도 없이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600기 이상 보유한 스커드는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어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군의 장사정포와 함께 한국에 최대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고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또 스커드는 재래식 탄두뿐만 아니라 화학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어 유사시 아군의 주요 전략 요충지나 인구 밀집지역을 대규모로 파괴할 능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이 스커드와 노동이라는 점은 이런 위협을 남한이 실감하도록 하려는 저의가 깔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서울에서 120km 떨어진 북한 신계기지에서 스커드를 발사할 경우 서울은 3분 30초, 경기 수원시는 4분 10초, 강원 원주시는 4분 50초, 강릉시는 4분 53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공군이 보유한 나이키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은 도입된 지 40년이 넘은 낡은 기종으로, 1998년 12월 인천기지에서 발사시스템 고장으로 오발 사고가 발생했고 1999년에는 충남 대천사격장에서 시험발사 직후 공중 폭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트럭에 실어 옮기던 미사일 추진체가 터널 안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대형 참사가 빚어질 뻔한 일도 있었다.
군 당국은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1조853억 원을 투입해 내년 3월 독일제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을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도 예산 문제로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황. 지난해 공군이 작성한 ‘차기유도무기(SAM-X) 사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제 중고 PAC-2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등에 대처하기엔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미국 회계감사원(GAO) 자료에 따르면 PAC-2의 탄도미사일 명중률은 55%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중고 PAC-2를 도입한다고 해도 탄도미사일 요격용 PAC-3 미사일을 탑재한 신형 장비로 성능을 개량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공군 보고서는 지적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은 2003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기존의 PAC-2를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 교체했다”며 “이번 북한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대북 방공망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 논의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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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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