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란 反美 미사일 공조?… 美-日언론 “발사 정보 공유”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현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외국인이 있다면 그는 이란인일 가능성이 높다. 핵 개발로 미국에 도전해 온 두 나라가 핵과 미사일 협력을 통한 ‘반미(反美) 연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최근 미 정부 관계자와 군사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인 미사일 기술자 10명이 최근 북한을 방문했으며 이들의 방문 목적은 장거리미사일 대포동2호 발사준비에 참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주일 이란대사관 측은 즉각 보도를 부인했고, 현재까지도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부인하긴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 기술자들이 이란의 미사일 시설 구축을 돕기 위해 이란에 파견돼 있으며 두 나라는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얻는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신문은 지난해 말 북한이 이란 남부의 항구도시인 반다르아바스를 통해 옛 소련제를 개량한 최신 중거리 미사일 10여 기를 이란에 수출한 사실을 미국 정보당국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미사일은 서방에서 SS-N-6(옛 소련명 R-27)으로 알려진 탄도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사거리가 최소 1800km를 넘는다. 군축전문지 ‘암스 컨트롤 투데이’는 2004년 9월 원래 잠수함 발사형인 이 미사일을 북한이 지상 이동식 발사형으로 개조해 배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이란에 상당수의 스커드 미사일을 수출했지만 미국의 압력을 받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미사일 완제품 수출을 중단하고 부품 및 전문지식 지원에 한정시켜 왔다.

그러나 SS-N-6 개량형 미사일 수출이 사실이라면 양국 간에 완제품 미사일 수출이 재개됐으며 협력관계의 수준도 한 차원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한 중동문제 전문가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02년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과 이란을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로 분류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들 ‘악의 축’ 국가 간에 일종의 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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