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태도 아래 협상 여지 남겨=북한이 말한 ‘보다 강경한 조치’는 핵실험을 포함한 핵 능력의 과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 보유 선언까지 한 마당에 위협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핵 실험을 강행하는 카드만 남아있기 때문.
평양에서 운반된 대포동2호 미사일 2기 중 1기만 발사됐기 때문에 나머지 1기에 대한 기술적 결함이 보완될 경우 발사 재시도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9·19 6자회담 공동성명이 채택되기 바쁘게 우리에 대한 금융제재를 실시하고 대규모 군사연습과 같은 위협공갈로 공동성명 이행과정을 가로막아 나섰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보류할 필요가 없었다”며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기도 했다.
협상의 의지도 보였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해 9월 베이징(北京)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공약한 대로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실현하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우리 군대의 미사일 발사훈련은 애당초 6자회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김근식 교수는 “미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 회담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발사 하루 만에 신속하게 미사일 발사를 발표한 것은 대포동2호 미사일의 발사 실패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은 대포동2호를 따로 적시하지 않은 채 7발의 미사일 발사를 뭉뚱그려 ‘성공적인 미사일 발사’라고 표현했다.
▽이번 발사는 미사일 시장 ‘로드쇼’?=한편 북한이 초고가의 미사일을 7기나 쏘아올린 것은 최대의 수출시장인 미사일 시장에서 잠재 고객리스트를 확대하기 위한 일종의 ‘로드쇼’적인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사일은 핵과 함께 해외에 내다팔 수 있는 ‘달러벌이 상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북한 역시 이 같은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른 나라에 미사일을 판매하는 것은 교역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으며 북한은 2000년 북-미 미사일 협상에서 미사일 수출 중단 대가로 3년간 매년 10억 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에 쏘아올린 미사일 중 스커드 미사일은 기당 가격이 250만∼400만 달러(약 25억∼40억 원)에 달해 이 미사일 6기를 포함한 전체 미사일 발사 비용은 600억 원이 훨씬 넘는다.
북한은 연간 1000여 기의 스커드 미사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 등 중동과 서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수백 기의 미사일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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