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사전에 발사 징후를 파악했다고 설명했지만 발사 당일의 늑장 대응으로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한국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 안팎에선 대북 정보력의 대대적인 보강 조치 없이 5년 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할 경우 안보 태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대북 정보력의 현실=지난달 미국은 정찰위성의 촬영 정보를 근거로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이라고 경고했지만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같은 달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인공위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최초로 접수한 것도 첫 발사 9분 뒤에 날아든 미국의 통보였다.
한국이 독자적인 대북 미사일 감시 태세를 갖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6일 군 당국은 “예스 또는 노”라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한국도) 부분적으로 감시 수단을 갖고 있으며 가령 미사일이 날아오면 레이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보유한 ‘부분적인 감시 수단’은 북한의 신호 정보와 영상 정보를 각각 수집하는 ‘백두’와 ‘금강’ 정찰기 몇 대와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대북 감청부대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감시 수단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와 같은 고급 전략정보를 제대로 입수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북한 미사일의 발사장 이동→미사일 조립 및 발사대 거치→액체연료 주입 등 시시각각 전개되는 발사 과정의 ‘특급 정보’는 미국의 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에 대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7발 중 스커드는 서울과 수도권을 5분 안에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첫 발사 9분 뒤 미국의 발사 통보를 입수했다는 것은 정보 전력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미 정찰위성의 능력=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찰위성은 미 첩보 전력의 첨병답게 맹활약했다.
6일 정부 고위 당국자도 “미국의 정찰위성의 해상도가 10여 cm이지만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1호)은 6.6m이고 야간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갖고 있지 않다”며 미 정찰위성의 능력을 인정했다.
미 공군우주사령부가 운용 중인 KH-12는 300∼1000km 고도에서 초속 8km 속도로 지구의 남북극 궤도를 하루 14차례 회전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강력한 로켓 엔진을 탑재한 KH-12는 주요 감시지역의 상공으로 스스로 이동해 정밀촬영을 하는데 탑재된 전자 광학카메라는 최대 해상도가 10cm로, 가로세로 10cm 크기의 물체도 식별해 흑백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다. 이 위성은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한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KH-12의 촬영사진은 지구궤도의 통신위성과 지상수신소를 거쳐 실시간으로 미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국가정찰국(NRO)으로 전송돼 수백 명의 전문요원이 판독에 들어간다.
미국은 또 라크로스 정찰위성에 탑재된 합성개구레이더(SAR)로 야간이나 악천후에 상관없이 최대 해상도 1m급의 지상 정찰과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이 같은 강력한 위성 감시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은 주일미군의 RC-135S 정찰기, 주한미군의 U-2 고공정찰기, 미 이지스함을 전개해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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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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