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대북 국제공조 기조와 거꾸로 가나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1분


여당에 대응상황 보고윤광웅 국방부 장관(왼쪽)이 7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 등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당사를 방문해 김근태 당의장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상황을 보고했다. 김경제  기자
여당에 대응상황 보고
윤광웅 국방부 장관(왼쪽)이 7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 등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당사를 방문해 김근태 당의장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상황을 보고했다. 김경제 기자
■ 정부, 남북 장관급회담 강행

정부가 7일 예정대로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움직임과는 상반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그들의 행위로 인해 실질적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대북 지렛대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마당에 과연 어떤 실효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도한 장관급회담 집착=정부 고위당국자는 7일 “장관급회담 핵심의제는 미사일과 6자회담 복귀문제다. 스커드급 미사일 문제도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당국자는 “남북관계는 신중해야 하며 한번 틀어지면 좀처럼 복구하기 어려워진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남북관계가 4∼5년간 단절된 아픈 기억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장관급회담 연기 시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국면에 빠질 수 있고, 미국과 일본의 강경대응과 맞물릴 경우 미사일 문제도 북핵 문제처럼 장기 국면으로 굳어질 것을 우려한다는 것.

북한이 미사일을 쏜 상황에서 통일부가 대화 강행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외교안보부처 내 대북정책 갈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11일부터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에 대해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는 “미사일을 쏜 북한과 무슨 대화냐. 국제 공조 유지가 우선이다”며 대화불가 입장을 개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미사일을 발사한 ‘가해자’인 북측이 대화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걱정했다. 통일부가 이날 “비료 10만 t과 쌀 50만 t 지원을 미사일 문제 해법이 마련될 때까지 유보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북한이 실익 없는 장관급회담에 응하겠느냐는 우려다.

이날 오후 5시 반 통일부가 전격적으로 장관급회담 개최 사실을 밝힌 것은 오후 9시 반경 방한하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장관급회담 연기를 요청할 것에 대비한 ‘선수치기’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관급회담 실효성 의문=어렵게 장관급회담이 열린다 해도 별다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일부 당국자가 “북한이 아쉬워하는 것은 회담이 아니라 남측의 (경제적) 지원”이라고 지적했듯 ‘당근’이 없는 한 북측은 남측이 원하는 대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 그동안의 전례이다.

2000년 7월 이래 18차례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을 되돌아봐도 북측이 장관급회담에서 뭘 원했는지를 알 수 있다. 북측은 회담을 통해 매년 30만 t(1200억 원 상당)의 비료와 쌀 50만 t(1500억 원 상당)의 지원을 확보했으며 ‘경제특구’에 해당하는 개성공단 사업, 경의선,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등 굵직굵직한 인프라 지원도 얻어냈다. 남측은 반대급부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한 북측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및 6자회담 복귀 등을 촉구할 것이지만 이미 미사일 발사를 ‘정상적 군사훈련’으로 규정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국대 북한학과 강성윤 교수는 “내각 소속의 장관급회담 대표가 군부의 결정에 속하는 미사일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 리 없다”고 말했다.

반면 남북장성급회담은 2004년 5월 26일 제1차 회담이 시작된 이래 올해 5월까지 모두 4차례 열렸지만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요구 등을 남측이 들어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공동보도문을 작성한 같은 해 6월 제2차 장성급회담에서 남북은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방안과 양측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선전활동 중단 및 선전장비 철거에 합의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南 판단 흐리기용 이중플레이?

■ 北 장성급회담 제의 배경

북한이 사상 최대 규모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틀 전 남측에 장성급 회담 토의를 위한 연락장교 접촉을 제의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7일 기자 간담회에서 “당시 북측의 제의를 미사일 발사 문제와 연관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5월 열렸던 4차 남북 장성급 회담이 양측 이견으로 결렬된 만큼 이에 대한 북한의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 ‘D데이’를 정해 놓고 남측의 혼란을 초래하는 한편 발사 후 파장을 고려한 사전 각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분석. 우선 북한이 연락장교 접촉을 제의한 시점이 남측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한 시점과 일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측이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추정하는 상황에서 군사접촉이라는 돌발변수를 던져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다. 남측으로 하여금 “군사접촉을 제의한 상황에서 설마 미사일을 발사하겠느냐”는 안이한 판단을 유도하기 위한 술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 미사일 발사(5일) 이틀 뒤인 7일 군사접촉을 열어 남측에 해명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북측의 의도대로 7일 접촉이 이뤄졌다면 이번 미사일 발사가 일상적인 군사훈련이라는 주장을 펼쳤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이 미사일 시험발사 직전 접촉 제의를 했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고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사일 발사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북한 수뇌부가 보안을 유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최고 지휘부의 전격적인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면 남북 대화를 담당하는 다른 군 관계자들은 발사 직전까지 관련 정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내부 계획에 따라 남북 접촉을 제의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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