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공안검사 출신’ ‘좌익 전력(前歷) 인사’ 등으로 매도하는 것쯤은 보통이다. 심지어 신뢰도가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사가 조사한 것처럼 꾸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무차별 전송하는 일도 벌어졌다. 소장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한 대권 예비후보 진영이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음모설도 나돌았다. ‘수구(守舊) 박람회’를 보는 느낌이다.
이처럼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다 보니 국가안위(安危)가 걸린 미사일 위기 속에서 한나라당이 한 일이라곤 ‘외교안보라인 교체와 국정조사 실시’ 주장이 고작이다. ‘보수꼴통’ 소리를 들을까봐 ‘햇볕정책 전면 재검토’나 ‘상호주의 원칙 회복’ 같은 근본적 정책 변화 요구는 할 용기조차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의 ‘안보 기회주의’가 노무현 정권의 ‘안보 무능과 무책임’보다 얼마나 나은지 알 수가 없다.
8명의 당 대표 후보 가운데 대다수는 2002년 대선 때 주요 당직을 맡았으면서도 민심을 얻으러 뛰어다니기보다는 선거 후의 ‘떡’에 ‘김칫국’부터 마시며 이회창 후보에게 ‘눈도장 찍기’에 바빴던 인물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대선 후 “후보를 잘못 골라 대선에서 졌다”고 말했다. 사실일지라도 발언자의 ‘책임회피 체질’이 더 절망적이다.
오죽하면 지난주 중도우파 시민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나라당이 안 변하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는 통렬한 비판이 나왔겠는가. 여당의 무능과 실정(失政)에 지친 국민이 야당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데 따른 분노를 대변한 말이다.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던졌다가 실망한 유권자들이 “내 표 돌려 달라”고 외치고 있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