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8일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서 “11일 개최 예정인 제19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그대로 하기로 했다”는 설명을 듣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회담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나 한국 정부가 개최 방침을 결정한 사안이라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정부 당국자는 “장관급회담을 통해 북측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설명에 힐 차관보가 공감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9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만났을 때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힐 차관보가 이 장관을 만나 장관급회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논리(logic)’를 이해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장관급회담 개최에 동의한다’는 말보다 한국 정부의 ‘논리’를 이해한다는 애매한 표현을 쓴 데서 미국 측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관급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한미 정부가 함께 문제 숙의에 나선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은 이를 악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6자회담이 북한의 참여 거부로 장기간 공전될 경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여는 방안에 대해서도 한미 간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5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적극 동조할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며 남북 간 대화 단절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6자회담이며, 5자회담을 적극 추진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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