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北 反美 反정부… 혼돈의 대한민국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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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7월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8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면담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앞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했다(왼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과 대학생들이 9일 인천공항에서 한미 FTA 미국 측 협상단의 입국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김재명 기자
갈라진 7월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8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면담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앞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했다(왼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과 대학생들이 9일 인천공항에서 한미 FTA 미국 측 협상단의 입국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김재명 기자
북한의 미사일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대한민국 내부를 흔들어놓고 있다.

한반도 전역을 사거리로 넣고도 남는 7발의 미사일이 발사됐는데도 북한과의 회담에 매달리는 정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는 반미시위의 격화, 그리고 이에 맞선 보수단체들의 반정부 시위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2006년 7월은 남남 갈등의 혼돈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반미 집회와 부산의 반북 반정부 집회=10일부터 서울에서는 한미 FTA 협상이 열리고, 다음 날인 11일부터 부산에서는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먼저 FTA 협상 기간인 10∼14일 협상 장소인 신라호텔 앞에서는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매일 협상 저지 결의대회를 여는 등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집회와 선전전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들 집회에서는 반미 시위가 극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집회 시위에는 반미 시위에 앞장서온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범국민대책위(범대위)’도 참여할 예정이어서 강도 높은 반미 구호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무렵 부산에서는 미사일을 쏜 북한과 회담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북한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항의하는 보수단체들의 시위가 잇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과 미국을 둘러싼 실리와 이념간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이 같은 갈등은 특히 상당부분 정부의 무원칙한 행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복합적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의 중심축인 정부와 여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중심을 잃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해 주요 우방인 미국 일본과 궤를 달리하는 차분한 대처를 강조하는 한편 FTA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 필요성을 협상 반대세력에 설득하지 않는 바람에 혼선이 깊어졌다는 것.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미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군사훈련 내세워 회담 거부하는 북, 미사일 떨어져도 회담 응하는 남=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을 문제 삼아 여러 차례 장관급 회담을 연기했지만, 정부는 현재 그보다 훨씬 위험한 미사일 발사에도 회담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북측은 2000년 7월부터 18차례 회담이 열리는 동안 6번이나 일방적으로 회담을 연기했다. 최근에는 3월 28∼31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외세와의 군사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적했던 군사훈련이란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인데 이는 통상적인 방어훈련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중국과의 연합훈련 등에 대해 ‘남침훈련’이라고 비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남북회담과 연계하지도 않았다.

북측은 심지어 미국이 9·11테러나 이라크전쟁으로 남측의 경계태세가 강화됐다는 점까지 트집 잡아 회담을 연기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11∼14일 부산에서 열기로 돼 있는 제19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장관급 회담이 마치 모든 해결책의 종착역인 것처럼 여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남남갈등’ 심화 외면=서울과 부산에서의 서로 다른 극렬 시위 등 나라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된 데 대한 청와대 책임론이 적지 않다. 청와대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유화적 태도 고수로 인한 남남 갈등의 심화에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여서 사태 해결을 위한 국론 수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은 9일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올려 “북한 미사일 발사는 정치적 사건일 뿐 안보적 차원의 비상사태로 만들 수 없다. 안보독재 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되레 사태를 걱정하는 언론을 훈계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구성원의 통합을 위한 정치가 아닌 편 가르기 정치를 계속하면서 이를 득표에 연결시키려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갈등의 정치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 같은 위기일수록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며 존중함으로써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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