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 칼럼]미사일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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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종종 세계 언론의 주인공이 되어 왔다. 국제사회에 선행을 베풀거나 인류에 유익한 업적을 이루는 등의 명예로운 일에 의해서가 아니고 주로 누구를 납치했다든지 마약 거래나 달러 위조 같은 부끄러운 짓을 해서였다. 북한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면 몇 권의 두툼한 범죄 기록부가 될 텐데 지난주 여기에 큰 건수 한 페이지가 또다시 추가됐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또 끝도 아닐 것이다. 저들은 건국 초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잔인한 전쟁과 폭력 그리고 흉악한 협박을 일삼아 왔다. 그것이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개인의 직업이 다양하듯 국가들의 수입원도 건실한 것이 많은데 우리의 한심한 동족은 하필 가장 나쁜 짓을 생계 수단으로 택하고 있다. 마약 밀매나 달러 위조뿐 아니라 핵이나 미사일처럼 위험한 무기를 팔거나 혹은 그것으로 우리나라 등 몇몇 국가를 위협해 돈을 갈취하고 있는 것이다.

기실 북한은 지금까지 그런 방식의 사업으로 어느 정도 재미를 보아 왔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적잖은 금품을 주었고 참여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제 협박을 미래의 ‘성장산업’쯤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는 데 우리가 준 돈이 도움이 됐으며 그 결과 위험은 더 커졌고, 그에 따라 ‘평화비용’ 액수는 더 올라가는 악순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북한 미사일 그 자체보다 더 경계할 것은 이 사태에 대해 놀라운 논평을 낸 불순 단체들과 묘한 처신을 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이다. 남한 각계각층에 고정 간첩이 수만 명이라는 황장엽 씨의 경고를 노인네의 헛소리쯤으로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학의 최고 원로였던 서울대 모 교수가 간첩으로 드러났던 것은 아무리 잊기 잘하는 국민이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미사일은 몽둥이처럼 위험성이 눈에 보이지만 불순 세력은 마치 암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온 나라에 퍼진다. 자각증세를 느꼈을 땐 이미 늦었을 때다.

그들의 전술은 본성이 쉽게 드러날 만큼 단순하지 않다. 교활하고 이중적이어서 순진한 대다수 국민을 속이고 감성을 사로잡기도 한다. 어느 때는 ‘북쪽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에게 햇볕을 쬐여 변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둘러대다가 다른 때는 ‘미국이 가해자이고 북한은 그들에게 핍박받는 우리 동족’이라며 노골적으로 민족 공조와 친북 반미를 선동한다. ‘애꿎은 사람을 빨갱이로 몰지 말라’고 매카시즘을 들먹이며 방어하다가 환경이 바뀌면 ‘색깔 논쟁은 구시대의 유물이고 수구 꼴통들의 사고방식’이라고 방향을 바꾼다. 그들은 중요한 선거 때마다 색깔 따지는 것을 ‘나쁜 정략’으로 몰아쳐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그 결과 그들은 많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분명하게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우리 정부의 모호한 태도도 국민을 불안케 한다. 말을 아껴야 할 때조차 현란한 언변을 자랑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정작 중요한 의사표시를 해야 할 이때 과묵한 것은 국민과 국제사회의 오해를 살 가능성이 크다. 침묵이란 때론 그냥 말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 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 혹은 홍보수석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북한을 나무라는 부분이 단 한 문장조차 없던 것도 그렇다. 이들 글에서 적(敵)은 북한이 아니라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한 신문들이다. 청와대가 “마치 속도 경쟁하듯 강경책을 내놓아 긴장을 증폭시키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한 주장은 그들의 눈에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으로 비친 부시와 고이즈미에게 하고 싶었던 말처럼 들린다.

우리 군의 합참의장도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는 국방의 위협임이 분명하다”고 했는데 집권세력이 대다수 국민이나 군과 상이한 판단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위협적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집단은 전 세계에서 한국 정부뿐일 것이다. 북한조차 ‘위협을 통한 자위행동’이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북한 미사일의 재정적 후원자에다, 설마 정치적 변호인 역할까지 한다면 국민들은 기대어 살 곳이 없다. 북한의 미사일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그것이다.

이규민 大記者 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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