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남북장관급 회담은 예정대로 열려 3박4일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 복귀 문제를 집중 논의하게 됐다.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이끄는 북측 대표단 29명은 이날 오후 2시 14분경 고려항공 전세기편을 타고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 동해직항로를 거쳐 오후 3시 56분경 김해공항에 도착했고 바로 숙소인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로 이동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트랩에서 내린 뒤 마중 나온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 등 한국측 대표단과 악수했지만 미사일 발사 이후 긴장된 정세 탓인지 양측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를 찾기 어려웠고 분위기가 냉랭해 보여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북측 대표단은 비가 오는 가운데 입국장을 거치지 않고 활주로 옆에 대기 중인 차량에 분승한 뒤 바로 호텔로 옮겨가 여장을 풀었다.
남북은 이날 오후 7시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통상 장관급회담 첫날 환영만찬은 국무총리가 주관해 왔으나 이번은 미사일 발사 등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 이 장관이 대신 주최했다.
이 장관은 만찬사에서 "최근 조성된 상황으로 인해 지역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진지한 대화를 통해 타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단장은 연설에서 "북남 쌍방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건 이 궤도에서 절대로 탈선하지 말고 6·15의 길을 끝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 북측 대표단은 회담의 성과적 보장을 위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권 단장은 호텔에 도착한 직후 한국측 대표단과 가진 환담에서 태풍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며 "재앙이라는 것이 내부에서도 오지만 외부에서도 일어난다"며 "우리가 좀 잘 해서 외부에서 온 재앙을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은 둘째 날인 12일 오전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기조발언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회담을 시작하며 상황에 따라 수석대표 접촉과 실무대표 접촉 등을 통해 협의를 계속해 나가게 된다.
한국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북한이 5일 대포동 2호 등 미사일을 발사한 점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고 따지는 동시에 하루빨리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쌀 차관 50만t 제공과 비료 10만t 지원 등 북측이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경협 현안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유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회담의 결과물인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양측은 셋째날인 13일 오후 종결회의를 갖고 북측 대표단은 14일 오전 10시 전세기편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회담 경과에 따라 일정도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에서는 이 장관을 수석대표로 박병원 재경부 제 1차관, 유진룡 문화부 차관, 이관세 통일부 홍보관리실장, 유형호 통일부 국장 등이 참석한다.
북측에서는 권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박진식 내각 참사, 맹경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이 회담 대표로 나온다.
한편 때가 때인 만큼 이번 장관급회담에 대한 취재 열기는 후끈했다.
11일 개막한 남북장관급회담에는 내외신기자들이 대거 운집하면서 이번 회담에 쏠린 국내외의 관심을 증명했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1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등록한 내외신 취재진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내신이 150명이고 외신도 70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모두 130석 안팎인 프레스센터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번잡하다.
외신 중에는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 언론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NHK와 NTV, 후지TV, TBS, TV아사히 등 방송사들이 대거 등록한 것을 비롯해 요미우리(讀賣), 마이니치(每日) 등 주요 신문사들도 눈에 띄었다.
또 AP와 AFP, 로이터, 교도(共同) 등 주요 통신사들도 취재에 나섰다.
회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17차 장관급회담보다 등록된 기자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며 "현재 등록 추세로 볼 때 남북관계가 복원된 뒤 지난 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회담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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