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오후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만난 뒤 이렇게 말하고 “북한이 빨리 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고립될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양을 방문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북한 설득 작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힐 차관보는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 및 베이징의 일본, 러시아 대사도 만나 중국과의 협의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전 기자회견 때만 해도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숙소인 베이징궈지쥐러부(國際俱樂部)호텔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다음은 힐 차관보와의 일문일답.
―중국의 북한 설득 결과는….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것이 실망스럽다. 그러나 중국의 외교적 해결을 기다리는 데 데드라인을 두고 있지 않다.”
―북한은 미-북 양자협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양자회담은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 회담 복귀만이 유일한 길이다.”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내기 위해) 금융제재를 양보할 여지가 있는가.
“미국이 얼마나 더 돈세탁을 하도록 허용해야 하느냐. 미사일 및 핵 문제와 금융제재는 별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안이 제출돼 있는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단거리든 장거리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든 절대 허용할 수 없다. 미사일 발사와 9·19 6자회담 공동성명 불이행과 같은 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곧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의 표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간) “(중국의) 외교에 결실이 없으면 안보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안보리의 제재안 표결을 추진하지 않는 조건으로 북한의 △공식 또는 비공식 6자회담 복귀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선언 준수 △6자회담 9·19공동성명 실천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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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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