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신임대표 “지금부터 대권창출 위한 비상국면”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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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재섭 신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12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대표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오른쪽 자리는 전날 치러진 경선에서 강 대표와 경합 끝에 2위에 머문 이재오 최고위원이 불참해 비어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강재섭 신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12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대표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오른쪽 자리는 전날 치러진 경선에서 강 대표와 경합 끝에 2위에 머문 이재오 최고위원이 불참해 비어 있다. 이종승 기자
강재섭 한나라당 신임 대표는 12일 “2007년 대통령선거 승리를 위해 감찰 및 비상기구 성격의 ‘혁신본부’(가칭)를 만들어 내부 정화운동을 벌인 뒤 범국민 우파연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취임 첫날인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여러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면서 “자기반성과 참회를 바탕으로 오만한 자세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금부터는 대권 창출을 위한 비상사태 국면”이라며 “대선 때까지 당이 매일 현충일이라는 자세로 임하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어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분열보다는 화합과 단합을 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후유증은 사랑하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잘 치유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웰빙정당’ ‘지역정당’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클린 핸즈(깨끗한 손) 운동을 펼치겠다. 그래야 악수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다. 이를 위해 당내 혁신본부를 만들고 당원들의 품행 등을 단속할 방침이다.”

―요즘 먹고사는 게 어렵다. 민생정책은….

“형이상학적인 정책을 만들어 봤자 소용이 없다. 이제는 구체적인 대선공약이 나와야 한다. 세금을 줄여야 하는지, 재정 규모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공기업 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만들겠다.”

―당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약자에게 다가서는 서민정당을 만들겠다. 먼저 나부터 변하겠다. 민정계 이미지와 귀공자 이미지를 씻겠다. 당 대표 부인이 일주일에 몇 번 봉사활동을 먼저 하도록 하겠다. 각종 이슈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여 속도전을 펴겠다. 이슈에 끌려 다녀선 안 된다. 수해나 산불 등 문제가 발생하면 현장을 가장 먼저 찾아가겠다.”

―전당대회 후유증 해결 방안은….

“이재오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연설에서 자기 노선을 얘기했다. 한나라당 내 그런 정의감 있는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되고 다수결로 묻힌다면 당이 제대로 되겠느냐. 그런 목소리를 충분히 받아들여야 한다. 화합과 통합을 위해 당직 인사에서 지역, 연령 등 모든 것을 고려하겠다. 소장파도 최대한 중용할 생각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을 받았는데 대권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겠는가.

“나는 편향되게 어느 한쪽에 붙는 사람이 아니다. 공정한 경선관리를 가장 잘 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후보들이 들어올 울타리를 잘 만들고 그분들이 왔을 때 옷에 흙이 안 묻도록 링 위에서 휘슬을 잘 불어 줘야 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등 현안에 대한 대응은….

“북한 문제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줘야 한다. 북한을 6자회담에 나오도록 압박하고 정부 차원의 대화는 자제해야 한다. 물론 민간 차원의 대화는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북한 선제공격 운운한 건 도를 넘은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일본 발언에만 발끈하고 나선 것은 외교가 아니라 국민정서에만 호소한 것이다.”

―대권 도전의 꿈은 접었나.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정권교체다. 훌륭한 후보 한 명을 뽑아서 당이 분열되지 않게 하고 정권 창출을 하면 내 정치 인생에서 역할은 다 했다고 본다. 그 이후 일은 하늘에 맡기겠다.”

―대여 투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당 정체성이 훼손되면 강하게 투쟁할 것이다. 하지만 민생과 관련된 것은 적극 돕고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다.”

김상철 기자 sckim007@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李빠져…이재오 “朴 前대표 잘모셨는데…배신감”

강재섭 신임 대표 주재로 12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상견례를 겸해 열린 첫 한나라당 지도부회의에 이재오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당사 대신 지방으로 향했다. 이번 주말까지 당무를 보지 않고 구상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한다.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서 강 대표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2위를 차지한 이 최고위원의 당무 거부는 색깔론 시비, 대권 주자의 대리전 논란으로 얼룩진 경선의 상처가 예상보다 깊고 오래갈 것임을 예고한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지방행에 앞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 대표 및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털어놨다. 그는 “이런 지도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대리전 논란은) 저쪽이 다 공작한 것으로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을 자극하고 박 전 대표도 노골적으로 가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전당대회에서 정견 발표할 때 박 전 대표가 자리를 뜬 것은 연설 방해 행위”라며 “내가 원내대표 할 때 그렇게 잘 모셨는데 배신행위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의 측근은 “이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이념문제로 자신을 공격한 측에 대해 ‘남민전 사건 운운하지만, 이미 무혐의 판결이 났고 검증이 끝난 사안인데 어떻게 10년간 당 고위간부를 지낸 동지를 색깔론으로 공격할 수 있느냐’며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을 지원했다는 논란에 시달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도 속이 편치않은 모습이다. 이 전 시장 측 관계자는 “강 대표 측이 하지도 않은 지원설을 주장하며 경선을 대리전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대권경선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평상행보를 할 계획이다.

이 전 시장은 21∼23일 고향(경북 포항)을 방문한 뒤 8월부터 공식적인 대외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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