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姜異夢?…姜 “누가 밀었건 이제 내마음에 없어”

  • 입력 2006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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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최고 어디가셨나”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오 최고위원의 자리를 가리키며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李최고 어디가셨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오 최고위원의 자리를 가리키며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선암사에 있습니다”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사에 가지 않고 13일 전남 순천 선암사를 찾았다. 순천=연합뉴스
“선암사에 있습니다”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사에 가지 않고 13일 전남 순천 선암사를 찾았다. 순천=연합뉴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 속에 강재섭 대표가 당선된 뒤 두 사람의 경선 연대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이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강재섭’ 연대 카드는 강 대표에겐 당권 장악에 결정적 도움이 되고 박 전 대표에겐 당내 대권후보 경선에서 우호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는 것이 전당대회당일까지 양측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막상 강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두 사람의 ‘윈-윈’의 상황이 과연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 대표는 대표로 선출된 직후부터 각종 인터뷰에서 줄곧 “나는 편향되게 어느 한쪽에 붙는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 대표는 13일 의원총회에서도 “전당대회는 추억이다. 누가 누구를 밀었고 밀지 않았고 하는 건 내 마음에 이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대표의 이런 태도는 계산된 수순일 수 있다. 박 전 대표와의 ‘밀착’이 두드러지면 역풍이 일 것이 뻔한 만큼, 표면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 대표의 ‘자기 목소리 내기’가 전략적 차원을 넘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 대표는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선후보 선출시기와 관련해 “탄력 있게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황을 봐서 대선후보 선출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 대표의 언급은 박 전 대표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 박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후보 선출시기를 대선 6개월 전으로 규정한) 당 혁신안을 시험도 해보지 않고 바꿀 수는 없다”며 ‘조정불가’ 입장을 밝혔다.

강 대표 주변에서는 향후 당직 인사에서 친박 계열 인사를 완전히 배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친박 성향을 보이다 당의 균열을 초래하기보다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또 아직 대권의 뜻을 완전히 접지 않은 강 대표가 중립적인 경선 관리를 통해 차차기를 도모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표 측 내부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진작부터 제기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의원이 대표가 돼야지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유로 강 대표의 손을 들어 주는 데 대해 반대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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