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反朴) 진영에선 “박 전 대표의 몇몇 측근들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개입설을 부풀려 경선을 진흙탕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친박(親朴) 진영에서도 “박 전 대표를 자극해 경선전에 끌어들인 것이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자성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이번 경선 과정에서 강재섭 대표를 적극적으로 도운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으로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유 의원을 비롯한 김무성 최경환 의원 등 친박 성향의 의원들이 모여 강 대표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뒤 박 전 대표도 강 대표 지원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이 경선에 개입하고 있고, 이에 박 전 대표가 격앙돼 있다”며 박 전 대표가 강 대표는 물론 당원협의회장들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언론에 얘기했다. 박 전 대표가 강 대표를 지지하기 위해 경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경선 결과 박 전 대표가 지원한 대로 강 대표가 당선됐지만 친박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에겐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견해가 의외로 많다.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것도 친박 세력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이라는 것이 당내의 일반적 평가다.
친박 계열의 한 의원은 “경선 후폭풍이 너무 크다. 박 전 대표를 경선 판에 끌어들이는 바람에 박 전 대표의 공정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망가졌다. 그렇다고 강 대표가 박 전 대표를 도울 것 같지도 않으니 결과로는 손해만 남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유 의원이 개인적 이해관계 때문에 박 전 대표를 끌어들여 대리전의 각을 세웠다는 얘기도 있다. 유 의원이 이 전 시장의 경선 개입 증거라며 제시한 주요 사례는 박창달 전 의원이 이재오 후보를 지지하고 다녔다는 것. 박 전 의원이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인물이니, 이 전 시장의 경선 개입이 명확하다는 보고가 박 전 대표 진영을 결정적으로 자극했다고 한다.
문제는 박 전 의원과 유 의원이 개인적으로 ‘경쟁자’라는 점. 유 의원은 지난해 10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박 전 의원의 대구 동을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유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구설에 대해 “내가 박창달 전 의원과의 개인적 이해관계 때문에 사안을 확대했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 전 의원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경선 상황 보고는 내가 아닌 다른 채널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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