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을 주도했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정브리핑에 글을 올려 회담 개최의 의미를 강조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 장관을 지원했다.
▽“대화는 계속돼야” vs “이 장관 사퇴하라”=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이종석 장관과 만나 “상황이 중대하고 복잡한 속에서 남북장관급회담을 개최한 건 잘한 일이었다. 대화하지 않으면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처럼 우리의 역할이 사라지고 지렛대를 놓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 장관은 실패가 예견된 장관급회담을 강행한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외교안보부처 내에서도 남북대화 채널 유지와 6자회담 복귀 촉구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파국이 예견됐던 회담을 강행한 데 대한 비판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대북 정책은 미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북한 압박을 위해 회담을 연기하기를 원했던 두 나라의 기대를 저버렸다. 향후 대북 정책을 펴 나가는 데 있어서 대미, 대일 교섭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북한이 ‘선군(先軍) 정치’ 운운하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온 것이 결국 국민의 대북 인식에 악영향을 미쳐 앞으로 대북 정책을 펴 나가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모든 결과는 다 예상범위 내의 일”=이 장관은 이날 하루 종일 해명에 분주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정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조기종결을 포함한 이번 회담의 결과는 모두 예상범위 안에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한 뒤 “우려가 있다고 회담을 안 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고, 회담 중단이 편한 길이라도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결론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담을 왜 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면 나는 ‘대안이 무엇인가’ ‘이러한 결과는 예상한 것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았다는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장관직 10개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며 남북 화해의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번 회담에 임했다”며 “장관직에 연연했다면 파행이 예상됐던 이번 회담 자체를 회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남북대화가 어려울 것은 알고 있지만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북측도 대화의 동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로 예방온 미국의 릭 워런 목사를 만나 “대화와 설득을 통해 북한의 불안을 해소해 줘야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장관급회담 개최에 의미를 부여했다.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대한 여·야·정부 반응 비교 | |
여당·정부 | 야당 |
“북한과 대화하지 않으면 우리의 역할이 사라져 버리고 지렛대를 놓치게 될 것”(김근태 의장)“남북 간 인식의 간극 해소를 위해서라도 남북대화는 계속돼야”(김한길 원내대표)“북한이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것은 예견된 것. 당분간 남북관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남북대화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종석 통일부 장관) |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망신스러운 사태. 실패가 예견된 장관급회담을 강행한 책임을 지고 통일부 장관 물러나야”(한나라당)“청와대와 정부가 보인 대응방식의 미숙함이 남측의 입장 약화로 이어진 것. 외교 안보 측면에서 고립 우려”(민주당)“결정권도 없는 내각참사를 앞에 두고 같은 말만 반복한 남측에도 책임”(민주노동당) |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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