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녀온 美 스칼라피노 교수 “北 권력층 불안정 느껴져”

  • 입력 2006년 7월 15일 03시 00분


미국 내 동아시아 문제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로버트 스칼라피노(86·사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7발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던 5일 평양에 머무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평양에 도착한 시간은 북한이 첫 미사일을 발사하기 5시간 전이었다.

그는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TV에서 나오는 베이징발(發) BBC 방송을 통해 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았다. “북한 외무성도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발사 5시간 전에 나와 일행의 방북을 허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미사일 발사 직후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도 “우리는 군대가 하는 일을 모른다”고 말하긴 했다. 그러나 스칼라피노 교수는 3박 4일간(4∼7일)의 평양 방문을 통해 북한 지도부 내 의사결정 과정의 ‘이상 기류’ 같은 것을 느낀 듯했다.

11일 일본 미야기(宮城) 현의 온천마을 자오(藏王)에서 국제 세미나에 참석 중인 스칼라피노 교수를 만났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바로 그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으며 “북한 측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미사일 발사 문제 등 북-미 간 주요 현안에 대한 북한 당국자들의 생각을 전한 뒤 “북한 권력층 내부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불안정성’이란 게 뭘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북한으로부터 매우 혼란스러운 상반된 메시지들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면서 “권력층 내의 결정들이 조율을 거쳐서 나오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북한의 주요 정책은 극소수의 최고위층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것 같다”면서 권력층 상하 간의 갈등 양상이 표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해 “미 재무부가 수집한 상세한 정보를 북한 당국에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자체 조사를 벌이게 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피랍 일본인 문제를 전격 시인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2002년 북한과 일본의 평양 정상회담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미 재무부가 북한 위폐와 관련한 세밀한 정보를 수집 중이며 이 정보들이 나오는 대로 북한 당국이 이를 기반으로 조사를 한 뒤 책임자를 문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한 경비를 중국이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야기=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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