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외무성 성명을 통해 “결의안에 구애 받지 않을 것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자칫하면 자멸만 부른다. 안보리가 1998년 북한의 대포동1호 미사일 발사 때 말뿐인 의장성명에 그쳤던 것과는 달리 결의안을 채택한 까닭을 헤아려야 한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채택에 앞장섰겠는가.
북한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맞서 미사일 추가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하더라도 체제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식량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중국과 한국이 북한을 두둔해 왔지만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반대 입장을 천명한 이상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남북 경협과 교류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 또한 감상적 민족주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공연한 오해를 낳아 국제공조에 혼선만 초래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 종교지도자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의 불안을 해소해 줘야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위기의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으로 읽힐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지도부 등과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을 ‘선참후계(先斬後啓·일단 처형하고 잘잘못을 따짐)’에 비유함으로써 조지 W 부시 미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대통령이 이러니까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위원장이라는 여당 의원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기 위해 스커드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경솔하다”는 황당한 말까지 하는 것이다.
남북은 유엔 결의안에 담긴 국제사회의 일치된 뜻을 존중해야 한다. 외면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함께 고립될 수도 있다. 북한의 거부로 6자회담이 끝내 안 된다면 정부는 5자회담이라도 열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달 말 한중일 등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다. 관련국들의 중지를 모으기 위해서다. ARF에는 남북한 외교장관도 참석한다. 정부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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